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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윤 일병 사건 국가 책임 없다”…항소심도 기각
유족 “상고할 것…국가가 역할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
입력 : 2022-06-22 오후 2:01:52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의 유족들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하라고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4-3부(재판장 권혁중)는 22일 윤 일병 유족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모 병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일병을 살해한 주범인 이 병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1심과 같이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이자 지급 기일을 1심보다 한 달 앞당기라며 이 병장에 관한 기존 판결 중 일부를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병장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한 액수는 1심과 마찬가지로 4억907여만원이다. 
 
국가의 책임은 항소심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족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또 이 병장과의 소송에서 발생한 비용 중 20%는 유족이, 나머지는 이 병장이 부담하라고 했고 국가 상대 소송비는 전액 유족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끝난 후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 판결에 반발했다. 
 
윤 일병 어머니 안모씨는 “군 수사기관과 군 검찰은 뚜렷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질식사라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군인권센터 폭로 후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 그제야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사망 원인을 바꿨다”며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서 목숨을 잃고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해자들에게만 배상 책임을 문 것은 사건을 애당초 축소·은폐하고 왜곡한 군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며 “항소심 판결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의 은폐에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사법부의 큰 죄”라며 “면밀히 법리를 검토한 후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연천 28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일병은 지난 2013년 말부터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윤 일병은 약 4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다가 이듬해 4월 사망했다.
 
괴롭힘을 주도한 이 모 병장과 다른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내무실에서 간식을 먹던 중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고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며 윤 일병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렸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 병장은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40년을, 나머지 공범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7년을 받았다.
 
사건 발생 당시 군검찰은 윤 일병의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권센터가 윤 일병이 사망 원인은 폭행이라고 폭로한 후 논란이 커지자, 군검찰은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 등’을 사인을 변경했다. 
 
유족은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은 군이 근거 없이 사망 원인을 질식사라고 알리고 수사서류 열람 요청 등도 무시하며 알 권리를 침해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일병 사인이 사후에 다르게 밝혀졌다 해도 군 수사기관이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족이 수사기관에 수사자료 공개를 요청했더라도 군 수사기관이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과 군인권센터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항소심 선고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김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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