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찾아 지지를 보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민의힘이 서진정책에 속도를 올린다. 그간의 노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 역대 최다 득표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서진정책을 지속해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 승리까지 내심 노린다. 지방선거 직후 이준석 대표 주도로 출범한 혁신위원회 1호 위원 자리에도 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하람 변호사가 영입됐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다음 날인 지난 2일 혁신위 출범을 알리며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1호 위원으로 천 변호사를 영입했다. 천 변호사는 대구 출신이지만 현재 전남 순천갑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와도 매우 가까운 사이다. 천 변호사는 "청년층과 호남 지역에서 늘어난 지지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소속의원 전원은 광주에서 열린 42주기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해 보수정권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후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진영을 넘어서는 행보를 이어갔다. 물론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외연 확장 의도로 읽혔지만, 과거 5·18을 적대시했던 수구정당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제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 홀대론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며 광주 대형 쇼핑몰 유치 등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호남에 다가섰다.
지난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진정책의 선두에는 이 대표가 있다. 그는 지난해 6월14일 당대표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광주 동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조문에 나섰다. 보수정당 대표가 취임 첫 대외일정으로 호남 중에서도 민주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로 향한 점은 파격이었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호남을 공략했다. 지난 2월1일 설날에는 광주 무등산을 등반하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3일과 4일에는 전남 신안·완도·장흥·고흥 등 도서 일대를 순회하며 지역 민심을 청취했다. 그는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20대 대통령 사전투표도 광주에서 진행했다. 이 대표의 지속적인 호남 구애에 윤 대통령은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 중 최고의 득표율을 얻었다.
특히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 3곳에서 모두 득표율 15%를 넘기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득표율 15%는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상은 절반을 보전받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후보들이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는 광주로 내려가 감사인사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 후보들의 지지율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호남지역 득표율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정현 전남도지사 후보는 18.81%,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는 17.88%,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는 15.90%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전남 11.44%, 전북 14.42%, 광주 12.72%의 득표율을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3.18%포인트에서 많게는 7.37%포인트가량 득표율이 상승했다.
광역의회에서의 약진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에서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광주시의회 23석(비례 3석) 가운데 비례대표 1석을 차지했다. 보수정당 후보가 광주시의회에 입성한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7년 만이다. 또 전남도의회 61석(비례 6석) 가운데 비례 1석, 전북도의회 총 40석(비례 4석) 중 비례 1석을 차지했다. 정의당은 추락했다.
국민의힘은 유의미한 득표율을 바탕으로 호남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더 이상 호남은 우리 당 불모지가 아니라 더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할 경작지"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 이름을 달고 호남에서 정치적인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더 진정성을 갖고 호남과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제 광주에서 저희도 기초의원, 광역의원들이 배출되는 상황"이라며 "책임질 수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내년 4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를 목표로 삼았다. 전주을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호남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지한 노력은 이제 내년 4월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1차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에서 내 이겨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