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대출 규제 여파로 9억원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청약 불패' 지역인 서울에서는 계약 포기로 인한 무순위 청약 사례가 증가하는 등 분양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9.4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64.7대 1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31.3대 1에서 20.9대 1로 줄었으며, 6억원 이하는 17.3대 1에서 9.2대 1로 하락해 9억원 초과 아파트 대비 낙폭이 적었다.
전체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5대 1에서 11.5대 1로 내렸다.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지는 것은 대출 규제 강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분양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2016년 7월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한 바 있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은 규제 지역 여부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40~60%까지 받을 수 있다. 9억원 초과 주택은 HUG 등 공기업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불가하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1금융권 40%, 제2금융권 50%로 적용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확대돼 대출 규제는 더욱 조여진다.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청약 열기도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공급 부족을 외치는 서울에서도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총 13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내달 2일 진행한다. 일반분양으로 328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 당첨자의 42%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이다.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시 당첨일로부터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불가능함에도 상당한 계약 포기가 이뤄진 것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부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에서도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가 줄을 이었다.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 봉천동 '서울대입구역더하이브센트럴' 등도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 급등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선 등으로 분양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 호황기 '묻지마 청약'에 나섰던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며 "가격, 입지 등의 측면에서 이점이 없는 분양 단지들은 외면받는 반면 로또 단지나 노른자위 입지에 들어서는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