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는 5월6일 법 시행 100일을 맞지만 여전히 사업장 곳곳에서는 재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모습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재해를 예방하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산업안전 예방효과와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근로자 16명의 급성 중독이 발생한 두성산업 1건에 불과하다.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의 경우 석 달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기업과 노동계 간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현장의 안전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배경엔 모호한 법 규정이 자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장 4조와 제5조 1항 등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지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문제는 ‘실질적’ 지배·관리개념과 ‘충분한’ 예산과 같이 모호한 조항과 처벌규정을 놓고 법리적, 실무적 해석을 놓고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입찰참여제한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더라도 법원에 처분취소 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등을 신청해 ‘시간 끌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건설사의 경우 소송을 걸어두고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따내는 등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법상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 공사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일례로 오는 7월까지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태영건설의 경우 지난 2017년 시공을 맡았던 경기 김포시 신축공사장 사고와 관련해 법원에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이후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올해까지 3년치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광주 학동 재개발사업 건물 붕괴사고와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참사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의 역시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과 과징금 대체 처분을 받으며 공분을 샀다.
일부 꼼수와 현행 제도의 한계를 깨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일벌백계하겠다는 엄포만으로는 안전성을 높이기 어렵다. 법의 실효성을 위해선 법·제도를 명확히할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현장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안전은 법을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와 노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책임있는 주체로서 역할해야 한다.
백아란 산업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