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구조대원 등이 지난 2월 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 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소방청·뉴시스 제공)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이 다가오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대재해 관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141건으로 총 1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63건의 사망사고로 166명이 목숨을 잃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건설업에서는 사망사고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0개 건설사 중 7개사 현장에서 올해 1분기 14명의 근로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동기에는 10개사 현장에서 14명이 사망했다.
건설사 뿐만 아니라 건설업 전반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시멘트 회사인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 1호' 적용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3일째인 지난 1월 29일 양주 채석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 3명이 무너진 토사에 매몰돼 사망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붕괴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생산량 증가를 위해 무리한 발파, 굴착 등 채석작업을 지속 진행한 것이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현장책임자 A씨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2월에는 요진건설산업의 판교 공사장에서 근로자 2명이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추락사했다. 같은 달 노동부는 요진건설산업과 시공을 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서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안경덕(오른쪽 두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을 맞은 지난 3월 23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건설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뉴시스 제공)
연이어 현대건설, 화성산업, 계룡건설산업, DL이앤씨, 한화건설의 현장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중대재해법 시행 전 인천 아파트 공사장에서 1명의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다.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6명의 사망자를 낸 HDC현대산업개발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해 갔다.
중대재해법 시행 세 달이 지나도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한 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처벌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예방책 마련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는 중대재해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사고가 일어나 오히려 무감각해진 측면이 있다"며 "중대재해를 일으킨 업체들도 처벌을 피할 궁리만 하고 있어 제대로 된 경각심을 심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각지대 보완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50억원 미만 공사)은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경영 환경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을 배려한 조치지만 중대재해 발생 비중은 훨씬 높다.
노동부의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전체 사망사고 중 42.5%가 5~49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인 미만 사업장(38.4%)까지 더하면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 발생률은 80%에 육박한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 시행 석 달이 지나도 초기 지적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예방책을 더욱 강화하는 등 중간 점검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도 주택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는데 현장이 증가하면 인력 투입이 느는 만큼 사고 발생 확률도 커진다"며 "정부는 채찍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보완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