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종합·전문 건설업종 간 상호시장 개방과 중대재해법 시행 등으로 중소 전문건설사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정부의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도 건설 산업 생산 체계 개편으로 업역 구분이 사라지며 설 곳이 줄어든 만큼, 개업보다 폐업 속도가 더 빠른 모습이다.
28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고된 신규 건설업 등록건수는 총 73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3573건)에 견줘 2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등록분포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말 전체 건설업등록건수는 2만597건으로 전월대비 216건 늘었다. 다만 공사업체 규모별로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왔다.
종합공사업을 할 수 있는 건설업체는 올해 1분기 기준 4178곳으로 1년 전(399건)보다 947% 늘어난 반면 조경, 토목·석공·상하수도 등 단일(전문)공사를 맡는 전문건설업체는 3174곳에서 3170곳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공사업 신규 등록건수는 2019년 1분기 2451건에서 2020년 1분기 3637건으로 오른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전문건설사업 종사자들이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전문건설 생존권 방치 국토부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해 지난 2020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종합·전문 공사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까닭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종합공사의 경우 종합건설업체가, 단일 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맡았지만 지난해 공공 공사 부문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민간 공사에서도 상호 업역 구분이 사라지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의 경우 수익성 감소 위기에 직면해서다.
자진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 또한 812건 가운데 91%가 전문공사업으로 나왔다. 올해 1분기 전문공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는 740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신고건수는 전년대비 15.4%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종합공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 폐업신고건수는 72건으로 6.5% 줄었다. 주택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도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행보가 갈린 셈이다.
이에 중소 전문건설사들은 정부에 건설업역 규제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전문건설 생존권 방치 국토부 규탄대회'를 열고 업역 개방폐지를 요구했다.
상호 시장 개방으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전문공사업체가 종합공사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관련 업종을 모두 등록하고, 기술자와 자본금을 종합건설의 등록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되레 전문과 종합의 불균형을 초래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문건설업에 등록하려면 기술인력 2인 이상에 자본금 1억5000만원이 있으면 되지만 종합공사업은 기술인력 5∼6인, 자본금 3억5000만∼5억원을 갖춰야 한다.
2021년1월부터 10월까지 상호시장 진출 허용공사 현황. (표=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여기에 원자재 값 상승과 건설장비 임대료 인상으로 소규모 현장을 운영하는 전문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관리 기조가 강화된 점도 시장 위축을 초래할 요인이다. 정부가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강화하고 부실시공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며 제재 수위를 높인데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움직임까지 나오며 안전관리자 선임 등에 대비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안전 제도 강화로 인한 안전관리자 수요 증가와 공급 추이로 미뤄볼 때 경영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건설기업의 안전관리자 수급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안전관리자 선임 사업장 적용이) 전문건설업종까지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건설 산업의 현황을 고려한 제도 시행의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소규모 공사의 과당경쟁은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소규모 건설업체들의 영세성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건설 산업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상호시장 진출에 따른 불균형으로) 제역할을 못한다면 산업전체 생태계가 건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전문업종이 가진 전문성과 시공 노하우 등 자신들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