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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비난의 화살…권성동 '수모의 시간'
여소야대 지형에 고육지책 택했지만…결국 윤심에 굴복
입력 : 2022-04-26 오후 5:55:4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 합의 번복으로 여야 모두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던 배경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 수용에 대해 "판단 미스"라며 “그로 인한 여론 악화 부담을 당에게 지우고, 또 의원 여러분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다만 그 과정에 이르렀던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여야)협상 과정을 내밀한 부분까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이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뿐만 아니라 검찰의 보완 수사권까지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을 수차례의 협상 끝에 보완 수사를 지켜낸 것”이라며 “검수완박법이 강행 처리됐을 때 국민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 형사사법시스템 완전 붕괴 그리고 새 정부가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불가피하게 그렇게 선택을 했었다”고 항변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에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의원총회라는 추인 절차도 거쳤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정적 기류가 전해지면서 사흘 만인 25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여야 합의를 번복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최고위 재논의"를 공개적으로 언급,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내몬 인물로, 당대표가 원내 현안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결국 '윤심'에 굴복했다. 여야 중재안 합의 직후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24일, 안철수 인수위원장),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될 것"(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권 원내대표의 합의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것은 물론 확고했던 '윤핵관' 지위도 흔들렸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했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그로서는 모욕과도 같았다. 그러다 25일 오전 배현진 대변인이 "정치권 전체가 헌법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는 윤 당선인 입장을 전하면서 윤심이 확인됐다. 
 
하지만 책임을 온전히 권 원내대표에게만 지울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선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을 들고 의원총회라는 정상적인 추인 과정을 거쳤다. 그 당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일부 우려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윤 당선인의 명확한 입장이 확인되고 나서야 불만을 표명하고 나섰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권 원내대표에 눌려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돌을 던지고 나섰다"고 표현했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제1당인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갖고 있는 구도 하에서는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회의 보이콧이나 필리버스터 등도 제기됐지만 이를 통해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을 수는 없을 게 자명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민주당과 극한적 대치를 이어가는 건 내각을 포기하는 것과도 같았다. 당장 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정부조직법 개편 등 사안마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 가능한 길 또한 없다. 
 
여기에다 박병석 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수용하는 정당의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압박한 점은 그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자칫 민주당만 중재안을 받을 경우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국회의장 직권상정 벽이 허물어지게 된다. 
 
동시에 합의 번복 과정을 돌이켜 보면 윤심에 따른 당내 권력구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준석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의 통화를 통해 윤심을 읽을 수 있었다. 당선인 의중을 확인한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반발을 감안한 채 제동을 거는 승부수를 택했다. 또 "의원총회에서 동의를 받는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논리로 어려운 협상을 했지만, 국민은 그 차악이라는 것이 오히려 저희 당의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 수 있으니 원칙대로 협상하라는 말씀을 주신 것"이라고 여야 합의 의미마저 깎아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당초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여야의 중재안 수용 직후에는 권 원내대표의 결정을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말 사이 여론이 악화되자, 특히 친정인 검찰의 지휘부가 총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란이 현실화되자 급하게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누구보다 한동훈 후보자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 수용 여부를 놓고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에게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이 부산 일정 중 (권 원내대표로부터)전화 통화로 잠시 말씀을 들었다"며 "당연히 상황은 확인하고 청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 과정과 결정은 국회와 당이 알아서 잘해달라고 말씀을 나눈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국회 상황, 특히 향후 집권여당이 돼야 할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것이지, 어떤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권 원내대표로서는 이준석 대표가 제동을 건 최고위 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스스로 번복하고, 나아가 의총에서 고개를 숙이는 등 현재로서는 화살받이 형국이다. 하태경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이제 이 합의안을 막아내지 못하면 본인의 입지도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수모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쓴다'는 윤 당선인의 용인술에 더해 강릉 동갑내기 친구인 권 원내대표의 정무적인 조언과 지원이 '0선의 정치인' 윤 당선인에게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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