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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책임총리제 대신 책임장관제?
'공동정부'약속 안철수와 충돌 가능성도 배제 못해
입력 : 2022-04-04 오후 5:08:46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인수위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였던 책임총리제가 사실상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책임총리제에 공감을 표했다. 책임총리제는 국무총리에게 각료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보장해 국무위원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총리가 분담하게 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축소하고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역대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공약했지만 청와대가 권력을 놓지 않으면서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4일 인수위 정례 브리핑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전날 지명한 데 대해 "법에 보장된 총리의 인사 제청권이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많은 정부에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이야기 했지만 실현이 되기가 참 쉽지가 않다"며 "그게 그분들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노력을 해도 오랜 관성과 관행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희도 새기면서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책임장관제가 거론됐다. 김 대변인은 "내각 운영도 장관이 자신이 함께 일할 차관을 추천하겠다, 또 그렇게 해야 된다는 점을 당선인이 적극 수용해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각 부처의 일에 있어서 완결성을 꾀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도 책임장관제 도입에 의견을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하려면 이원집정부제를 하든 내각제를 하든 개헌을 해야 한다"며 "역대 모든 정부에서 책임총리제를 언급하면서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권력의 속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수위 관계자는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질 수 있는 책임총리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당선인의 고민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의 발언 역시 책임총리제에서 책임장관제로 미묘하게 스탠스가 바뀌었다. 이 경우 장관의 차관 추천권만 보장돼, 결과적으로 책임총리제와는 거리가 있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 이전부터 새정부의 경제 및 안보라인을 책임질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압축하고 검증에 돌입했다. 물리적으로 한 후보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시간이 없었다는 뜻으로, 이는 각료 제청권을 핵심으로 하는 책임총리제 이행의 어려움을 의미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통의동 인수위에서 한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가장 가까이서 일할 분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저나 한 후보자나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전제를 단 것을 놓고 책임총리제 보장이 확실치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 이유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제 후퇴냐는 질문에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대통령제라고 하더라도 내각제를 가미하던 요소로 나왔던 요건"이라며 "정부 공직자들이 자신의 책임과 권한 하에서 역동적으로 자신의 집무를 이행하도록 했던, 역대 정부에서 계속 견지해왔던 원칙"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정부와 다른 건 저희가 실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국정에서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도록 제대로 언로가 되도록 노력하겠단 것이지 후퇴는 아니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윤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날 전체 장관 인선안을 넘겨주고 미리 검토할 시간을 줬다는 뒷얘기를 뒤늦게 밝히면서 윤 당선인이 실질적인 책임총리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전체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 것이다. (인사)분야를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인사 추천권은 주되 검증은 다른 팀에서 하고 장관은 차관, 총리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책임총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말 뿐이었던 책임총리제를 한 후보자가 제대로 요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후보자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지만, 전형적인 '예스맨'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책임총리의 권한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보다 윤 당선인의 심기에 맞춰 일할 관리형 총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한 후보자의 무색무취가 책임총리제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제 보여주겠죠. 이분도 마지막 공직의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걸림돌은 또 있다. 공동정부를 약속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의 관계설정도 고민으로 남는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인수위원장 임무가 끝나면 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밝힌 뒤 "장관 후보를 열심히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내각에 참여하진 않겠으나 대리인을 입각시켜 공동정부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 경우 각료 제청권을 지닌 총리와의 인사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책임총리제가 현실화한다면 안 위원장이 장관 추천권에 있어서 법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린다"며 "두 사람(한덕수-안철수)사이에 충분히 이견이 불거질 수 있고 자칫하면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조율하는 운용의 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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