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정치부장의 시선)민주당, 결국 '탓' 공방 직면
입력 : 2022-03-17 오후 2:31:46
대선 패배 직후 송영길 지도부 사퇴로 질서 있는 퇴진 모습을 보여주던 민주당이 드디어 '탓' 공방에 휩싸였다. '탓'의 중심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상임고문, 윤호중 비대위원장, 이해찬 전 대표까지 망라됐다. 
 
단초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제공했다. 원내대표로 지도부 일원이었던 윤 위원장이 당의 수습과 6월 지방선거를 책임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자, 김두관 의원을 필두로 강한 반발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재명 비대위'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윤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광재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익숙함과의 결별"을 말하며, 심지어 "여의도 폭파론"까지 제기했다. 기존 당을 이끌었던 당권파 중심의 인적 청산을 의미했다. 노웅래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진영과 패권정치의 합작물"로 규정했다.
 
이들 모두 구체적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윤 위원장 배후에 이해찬 전 대표가 있음을 지목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윤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재임시 핵심 보직인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들이 언급한 '당권파', '패권정치' 등은 이 전 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친문과는 결이 좀 달랐다. 집권 후반기, 특히 당이 대선 경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친문은 분화됐다. 친노와 친문의 수장과도 같았던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이재명 상임고문 손을 들어주며 대선에서 아낌 없는 지원을 보냈다. "이길 사람을 밀어준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지론으로, 이 상임고문에게 앙금이 남아있던 친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1월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 위기대응특위 긴급점검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대표를 등에 업은 윤 위원장은 대선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 10일 새벽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송영길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비대위원장은 당헌 25조(당대표가 궐위된 때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득표율 순으로 당대표 직무를 대행한다)에 근거해 원내대표인 자신이 맡았다. 일사천리로 갈 것 같았던 윤호중 체제는 대선 패배의 후유증과 지방선거 완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며 퇴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윤 위원장은 17일 재선 의원들에 이어 초선 간담회를 끝으로 자신의 거취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책임론은 문재인 대통령에도 향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정부 실정에 사과하며 차별화를 꾀했지만 좀처럼 정권교체 여론은 식지 않았다. 불씨는 채이배 비대위원이 당겼다. 그는 지난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5년 내내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독주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며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시장과 시민의 욕망을 무시하는 부동산 정책 등을 펴며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국민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놨던 조국 사태의 경우에도, 연초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유죄 확정(징역 4년) 판결이 사과 계기가 될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청와대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대선 전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 출신의 15명 의원들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5년이 '공'은 하나도 없이 '과'로만 채워져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5년의 국정운영이 '나쁜 정치'라는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냐"고 반박했다. 이들 중 일부는 채 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를 종용했다. 
 
대선후보였던 이 상임고문의 책임을 탓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두관 의원은 "대선 패배를 둘러싼 두 가지 시각이 있다"며 "서로 조심을 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후보가 패인이라는 쪽과 민주당의 정책 실패가 패인이라는 쪽"이라고 당내 기류를 설명했다. 대선 직후 이 상임고문이 모든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으로 돌리며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를 애초부터 탐탁치 않게 여겼던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후보의 도덕성 결함을 결정적 패인으로 봤다.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형수 욕설, 음주운전 등 전과, 살인을 저질렀던 조카 변론 등은 물론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과 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장남의 불법도박까지 셀 수 없는 논란이 정권교체 여론과 함께 표심을 혼탁케 했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거함 민주당이 '네 탓' 공방을 하며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압승은 한반도 훈풍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종전선언과 북미수교 등 거대한 변화가 닥칠 것처럼 요란을 떨기는 했지만,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이 만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지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180석을 휩쓸었던 21대 총선은 K-방역이 가져단 준 일대 반전이었다. 외신이 앞다퉈 K-방역을 칭찬하고 나서면서 국민들이 집권여당에 코로나 위기 극복의 힘을 실어줬다. 어찌보면 이 모두 문 대통령 덕에 가능했다. 물론 조국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내로남불과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는 하나둘 쌓여가며 민심에 심판론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때문에 지금은 '모두의 책임'을 말할 때다. 당이란 정치적 결사체이며 모두가 동지 아니었던가.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김기성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