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고급 침대 매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앳된 얼굴들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모였다. 개성과 생기가 흘러넘치는 이들은 영하의 기온에도 팝업스토어 운영시간 전부터 문 앞을 지키고 섰다. 바깥에서부터 ‘힙’한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지루한 기다림을 달래는 분위기였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앞에서 방문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주말이면 대기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길어지기도 하지만 방문객들은 거리끼지 않는 듯했다. 이미 인스타그램에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라는 태그로 1만개가 넘는 사진이 게시됐다.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난 힙플레이스로 등극한 것이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몬스의 지역 중심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11일 개장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벌써 두번째 그로서리 스토어다. 앞서 지난해에는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에서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운영된 바 있다. 당시 SNS를 통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장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에는 시몬스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침대회사 시몬스가 운영하지만 이곳 팝업스토어에서 침대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시몬스만의 위트 있는 감성을 담은 다양한 굿즈들이 고객을 맞는다. 유럽의 샤퀴테리 숍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는 1층에는 붉은 조명이 켜져 정육점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기제품인 소주잔은 이미 다 팔려 품절 상태였고 삼겹살 수세미는 마지막 1점이 남아있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빈틈없이 130가지의 굿즈로 가득 차 있어 그로서리 스토어 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굿즈들엔 하나같이 시몬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창고 혹은 냉동실을 표방한 공간으로 들어가니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했다. 롤러스케이트, 버킷, 박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USB, 휴지통 등인데, 모두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소품 하나하나마다 시몬스 이름이 새겨져있어 '시몬스가 신사업을 하려나'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면 부산 해리단길을 재현한 버거숍과 농구 코트, 그리고 정원 테라스에 자리 잡은 ‘시몬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1층에서 굿즈를 구매한 이들은 2층으로 올라와 마음껏 자신의 끼를 뽐내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먹음직스러운 버거도 찍고 셀카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3층에서 방문객들이 휴식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버거숍 역시 대기가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방문객들은 3층으로 먼저 발걸음을 향하는 모습이었다. 3층은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 전시를 하는 공간이었다. 조명 하나 없는 공간에 스크린과 벤치만 놓여 있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라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선사하겠다는 시몬스의 의도가 담겨 있다.
침대 하나 놓을 법도 한데 시몬스는 침대는커녕 침대 관련 제품이나 침대에 관한 이야기조차 꺼내놓지 않았다. 관람 내내 '시몬스가 왜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정답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몬스 침대는 MZ세대 입장에서 보면 고가 제품이다보니 다소 와닿지 않는 제품군일 수 있다. 이들이 시몬스 매장을 들를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결혼, 독립 등의 상황에서 침대를 구입하게 될, 매우 중요한 미래 손님이지만 현재는 침대 시장 접근도가 다소 떨어지는 세대다.
시몬스는 MZ세대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침대를 버리고 감성을 택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는 한정판 굿즈, 레트로 감성, 포토스폿, 맛집, 힐링 등 MZ세대 맞춤 키워드로 가득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찾은 이들이 시몬스가 '왜 이런 걸 하지' 하고 호기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본다”며 “침대는 고가 상품인 데다 교체주기가 긴 상품인데 MZ세대와 호흡하며 이들이 시몬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높은 인지도를 갖는다면 침대를 구매할 때 시몬스가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팬덤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시몬스의 고도화된 전략인 셈이다. MZ세대의 마음을 뺏는 데 굳이 침대가 필요 없었던 이유다. 색다른 것, 의외성에 목마른 MZ세대들에게 침대보다는 오히려 그로서리 스토어와 그곳에 놓인 다양한 굿즈가 지금 당장 더 와닿는다.
시몬스 디자인스튜디오 사업부 고나현 디렉터(왼쪽), 강수정 디렉터(오른쪽). (사진=시몬스)
이 같은 전략 때문에 시몬스의 직원들에게 부캐(본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가 생겼다고 한다. 시몬스 디자인스튜디오 사업부의 경우 침대가 아닌 다양한 굿즈들을 디자인하는 부캐를 갖게 됐다. 지난 2020년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부터 계산해보면 이제까지 약 380가지의 굿즈를 디자인했다.
침대 회사에서 굿즈를 만들게 된 것과 관련해 고나현 시몬스 디자인스튜디오 사업부 디렉터는 “굿즈를 통해 소소하게 대중과 수다를 떠는 마음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라이프 스타일은 더욱 중요해졌고, 우리는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