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금융부장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관심 갖는 공약으로 단연 부동산이 꼽혔다. 인간의 기본권인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언감생심 대통령을 꿈 꿀 수 없는 셈이다. 민심에 부응하듯 대선후보들은 앞 다퉈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안전진단 요건 완화 카드를 꺼냈다. 현행 구조안전성 비중 50%를 25~30%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조만간 용적률 완화 방안과 함께 구체화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노후단지들의 재건축 속도가 빨라진다. 녹물이 나오고 비가 새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용적률 완화로 사업성이 부족했던 단지들의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용적률과 층수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하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다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처럼 다시 로또 아파트 등장을 알리는 내용이 포함된 건 아쉽지만, 공급 확대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까지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주변 집값까지 들썩였던 건 소량의 산발적 개발 탓이었다. 공약대로 규제 완화를 통해 전국 다수 지역에서 개발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공급 효과는 뚜렷해진다.
그렇다고 모두가 집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이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역대급 대출규제 때문이다.
현재 무주택가구가 서울(투기지구·투기과열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받는 LTV·DTI는 40%다. 9억원 초과분은 LTV 20%가 적용되고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DSR 40%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6억원 이상 쥐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운이 좋아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애초 자산가가 아닌 이상 이런 큰 돈을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나마 무주택자에 한해 LTV 20%p가 더 주어지는데, 부부합산 소득이 8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웬만한 중산층 맞벌이부부는 해당사항 없단 얘기다.
그러기에 집값 안정과 함께 반드시 따라와야 할 조치가 바로 대출 규제 완화다.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수많은 공급이 쏟아져도 무주택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윤석열 후보가 LTV를 80%까지 완화하겠다고 언급했지만, DSR을 같이 손보지 않으면 이 또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아무리 LTV를 완화해도 DSR 제한으로 대출금액은 한정될 수밖에 없어서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정부에서 했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은 결코 틀린 게 아니다. 그 때는 지금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안정화 돼있었다. 집값 상승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출까지 수월해 내 집 마련이 훨씬 쉬웠다. 다수 여론이 부동산정책만큼은 그 때로 회귀하기를 희망하는 이유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투기보다 수요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커 부실우려도 작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도 된다는 뜻이다. 대선후보들이 정말 부동산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면 대출 규제 완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무주택자의 설움을 풀고 민심도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