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금융부장
당정이 주택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내년 보유세 산정 때 올해 공시가격을 반영하고 1주택자의 보유세 상한 조정을 검토한다고 20일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도 “지난해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인상)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통계지표인 공시가격의 적정성 지속을 제고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시가 인상을 유예해놓고 공시가 인상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선거가 9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지나치지 않다. 일관된 신뢰가 중요한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납득할 수 없는 점은 또 있다. 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집값이 하락했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서울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직전”이라고 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새해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신년 공시가를 반영해야 보유세가 줄어든다. 그런데도 내년도 보유세를 올해 공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겠다면서 이것을 세 부담 확대가 아닌 완화라고 표현한 건 어불성설이다. 세 부담 완화가 거짓말이거나 집값 하락이 거짓말이다.
사실 답은 나와 있다. 단언컨대 정부는 내년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 대책을 내놨다. 숱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집값 상승을 고백한 셈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맞다. 일부 지역 실거래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집값 평균으로 보면 상승세가 둔화했을 뿐 여전히 가격은 오르고 있다.
실제 많은 전문가와 기관들은 내년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2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5%, 전세가격은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아파트 매매가격 5%, 전세가격 4% 상승을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조차 내년 주택 매매가격이 수도권 5.1%, 지방 3.5%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원인이 IMF 사태가 터진 1997년이나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가 깔려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아닌데다 주택보유에 대한 시각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누적공급 수요가 크게 부족해진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럴 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같은 단기 공급책과 장기 공급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이라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이거 해보고 안 되면 저거 해보고 하는 실험식·땜질식 정책이 5년 동안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금융당국에도 유연성을 주문하고 싶다. 부동산과 금융은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없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혼선에 대비해 한다. 수급 불균형의 피해자는 실수요자라는 점을 반드시 새겨야 한다.
김의중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