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제조업 부문에 있어서는 세계 강국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IT서비스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5∼6년 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IT 강국에서 IT 서비스업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원격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격지 개발이란 IT 서비스 개발 회사가 만들어 놓은 개발 센터에서 원거리로 개발업무를 수행하자는 겁니다. 현재 IT 서비스 개발자들은 대부분 노트북을 들고서 발주자를 직접 방문해 업무를 진행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개발 환경이 열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식경제부 과천청사 지하에만 가보더라도 IT 서비스 개발자 근무환경의 현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빅3 같은 경우엔 개발지 근처에 건물을 장기간 임대해 개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군소업체들은 지하실에 들어가서 개발한다"면서 "형편이 그나마 나은 빅3 같은 경우에도 프로젝트 단위, 건별로 개발자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IT 서비스는 싸게 할 수 있다'는 편견입니다. IT 서비스 업계에서는 산업의 특성상 설계 변경이 잦지만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건설 분야 같은 경우에는 감리사나 설계사를 쓰면서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을 일일이 보상받는데요. IT 서비스 분야는 이 부분을 보상 받기가 힘듭니다.
산업의 특성상 변경사항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있지만 발주자가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말로써 그때그때 요구사항을 변경하는 것도 문젭니다. 이런 상황의 기저에는 'IT 서비스는 사람이 가서 컴퓨터를 두드리면 쉽게 바뀐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엔 IT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프로젝트 일정을 상세하게 세우고 관련 문서 등을 버전 별로 잘 관리하기 때문에 변경이 일어난 부분을 쉽게 찾아냅니다. 이를 토대로 앞뒤 상황을 분석한 후 설계 변경이 발주자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자들 요청에 따라 발주자들은 비용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모든 자료를 문서화해 관리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어디에서 수행하던 간에 큰 상관이 없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만약 발주처에서 개발업체들에 사무실 인근까지 와서 개발해 주길 요청할 때에는 임대료를 지불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발주자들은 사업 관리를 할 때 개발자들을 자기 사업지로 불러 출석을 부르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발주자들이 출석체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사업 관리에 충분한 돈을 쓰고, 조직 관리를 잘하고, 규정을 많이 만들어 놨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발주자가 마구잡이 식으로 하는 게 문제"라며 "발주 인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수주의 경우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발주 조직을 최소화해 운영하는 데다 순환 보직으로 돌아 IT 서비스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관리 방식도 출근, 야근을 체크하며 개발자의 성실도를 관리하는 식으로밖에 갈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일반 계약에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여러모로 더 효율적인 원격지 개발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공공기관들이 원격지 개발을 먼저 해야 민간으로 이전된다"면서 "이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현재 대형 IT 서비스 기업들과 함께 외국에서 했던 업무들을 분석하면서 정부에 원격지 개발 제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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