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임대차 거래 가운데 전세 비중이 70%를 웃돌았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60%대로 내려갔다. 내달 전월세 신고제 시행에 이어 하반기 이사철이 겹칠 경우 월세화가 더 빨라지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거래(5월28일 기준)는 총 1만19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월 임대료 없이 보증금만 걸어놓는 전세거래는 6406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62.8%를 차지했다.
나머지 37.2%는 준전세와 준월세, 월세거래가 채웠다. 준전세 및 준월세는 각각 1635건(16%), 2069건(20.3%)을 기록했다. 월세는 88건(0.9%)이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고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 구간에 해당하는 형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거래다. 보증금과 더불어 월 임대료가 따로 발생하는 거래 형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준전세·준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처럼 높지 않았다. 지난해 4월을 제외하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 거래 비중이 70%를 웃돌았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말 이후에는 전세 거래 비중이 60%대로 낮아졌다. 8월부터 69%로 떨어졌고 11월에는 59%까지 주저앉았다. 12월부터 60%대로 오른 다음에는 70%대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대차법 이후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준전세·반전세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도 시행 약 10개월이 지난 근래에는 전셋값이 비교적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의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3월5주차(3월29일)부터 0.02~0.04% 수준의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급등이나 급락 없는 완만한 상승곡선이 이어지는 상태다.
그러나 다음달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될 경우 전세가격이 다시 오르고, 전세의 월세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는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전국 모든 도의 시 지역에서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전월세 계약을 맺을 경우 30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에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집주인의 임대소득 파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과세의 가능성이 생긴다. 정부는 과세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임대사업자 폐지 사례처럼 정책을 뒤집는 당국을 집주인들은 불신하는 분위기가 짙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 증가의 우려를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릴 여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세 매물 감소로 전세가격도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은 과세 가능성을 떨쳐내기 어렵다”라며 “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수 있는 요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예정된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6077가구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3만1399가구였고 지난해에는 2만6023가구였다. 올해는 물량이 크게 꺾이는 것이다. 전세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시장과 청약 수요 외 입주물량의 변화가 전세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