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저 멀리서도 반가운 얼굴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 북아일랜드 출신 초상화가 콜린 데이비슨이 2016년 유채로 그린 그의 초상입니다. 조용히 자아성찰에 잠겨 있는 시런의 모습은 실제보다 큰 크기로 걸려 있습니다. 작가는 직접 시런의 집을 찾아가 그를 보며 20여장의 스케치를 그렸는데, 악기를 들지 않은 시런은 처음에 매우 어색해했다고 합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시대의 얼굴'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부제는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간직한 콜렉션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전시로, 한국에서 첫 발을 뗐습니다. 500여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세계 역사와 문화를 빛낸 인물들의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박진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지 못하거나 외국 문화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이런 감성을 드릴까 하다가 영국 국립 초상화미술관에서 대규모 해외 순회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첫 번째로 기획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전시는 에드시런과 셰익스피어 초상이 걸려있는 1부 '명성'을 시작으로 총 5개의 테마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와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통해서는 권력을 표현해온 초상화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16세기 나무 패널화부터 21세기 홀로그램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단순 그림에만 머물지 않는 초상의 혁신적인 모습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박진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짠 기본적인 동선 계획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조금 보완했습니다. 첫째 명성, 둘째 권력, 셋째 사랑과 상실, 넷째 혁신, 다섯째 정체성과 자화상, 5개 동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본 계획은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계획한 것입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 1번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초상화 미술관 설립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에드시런을 선택한 이유는 영국초상화미술관의 초상화 수집 정책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팝 아티스트까지 포괄할 정도로 수집 정책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 팬들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초상들도 많습니다. 3부 '사랑과 상실' 구간에 걸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초상은 확대된 얼굴 부분이 엷은 청색으로 채색돼 있습니다. 블루스 장르에서 영향을 와인하우스의 음악적 특징과 우울한 생의 굴곡을 암시한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여섯 번째 앨범 '알라딘 세인' 표지 촬영을 위해 찍은 B컷 이미지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앨범 커버와 달리 실제 전시장에서 보위는 눈을 뜨고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실제 이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청음 공간도 있습니다. 젊은 관객들, MZ세대들은 주로 에드시런의 작품을 찾고 이 공간에서 음악을 듣습니다.
박진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에드시런은) 유튜브나 SNS에서 친근하게 소통하는 아티스트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는 작가가 초상을 그리기 위해 에드시런 집을 방문했을 때 어떤 포즈를 취할지 난감해했다고 합니다. 대개는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자기한테 편하다고 했지만, 작가의 요청에 의해 옆모습으로 앞을 응시하는 그림으로 나왔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작품이 탄생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말미에 등장하는 그레이슨 페리의 '시간의 지도'는 초상화의 개념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얼굴 대신 성곽 도시의 지도 형태로 자신의 마음에 대한 단어들을 나열했습니다. 이밖에도 자하 하디드, 데이비드 호크니 같이 문화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의 파격적인 초상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전시는 오는 8월15일까지 이어집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