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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이름값을 세계에 떨쳤다. 지난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의 주식은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 35달러보다 40.71%(14.25달러) 높은 것이다. 장중 한때는 63.50달러까지 올랐다고 한다. 쿠팡의 상장은 2019년 우버 이후 뉴욕증시 최대 규모고, 2014년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최대 규모 외국 기업이라고 전해진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886억5천만 달러(한화 약 100조4천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를 기준으로 하면 단숨에 2위에 뛰어오른 셈이다.
쿠팡의 이번 성공은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뉴스가 일종의 경고성 기사를 내보낸 직후라 더 놀랍다. 파이낸셜 뉴스는 지난 8일 노동자의 잇단 과로사로 쿠팡의 미증시 상장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보도했다. 최근 쿠팡의 배달기사 8명이 잇따라 과로로 사망했고 이로 인해 이 회사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보도에도 상장했으니 일단 경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쿠팡의 상장 성공에 대한 국내외의 회의적인 시선은 엄존한다. 뉴시스 통신이 최근 보도한 5개 택배물류업체 산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6년 223건에서 지난해 758건으로 3.3배 늘었다.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선 2017년 50건에서 2020년 239건으로 4.8배, 승인건수는 48건에서 224건으로 4.7배 늘었다.
지난달 22일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같은 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깊은 사죄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사고 소식은 이어진다. 쿠팡으로부터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아직 멎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할 때에는 부천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불행한 사건들은 쿠팡이 한국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쿠팡은 미국과 일본 자본이 100% 투자했고, 본사인 쿠팡LLC도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다. 그래서 뉴욕 증시 상장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쿠팡이 과연 한국기업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쿠팡이 한국에서 사업하고 한국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세금도 내기에 그런 논란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사실 쿠팡 외에도 정체성을 의심받는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더 있다. 그런데 오직 쿠팡만 그렇게 논란의 표적이 된 것은 결국 되풀이되는 사건 탓일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는 뉴욕증시 상장과 함께 노동자들에게 약 1000억원어치의 쿠팡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했다. 그런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냉소적인 시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들의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처럼 열악한 노동환경과 산재사고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계속 이방인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국기업으로서 안정된 발전을 계속하려면 산업재해 예방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요 '기본투자'라고 할 수 있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5조원 넘게 조달하게 됐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의 누적적자가 4조원 가량된다고 하는데, 이를 일거에 만회하고도 1조원 이상이 남는다. 누적적자가 그런 규모라면 국내증시에는 상장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우회로를 잘 찾아 성공했다.
이제는 조달왼 여유자금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국기업으로서 한국에서 투자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의욕을 보이는 것도 가상한 일이다.
그렇지만 한국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기본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 한국에서는 쿠팡에 도전하는 새싹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그러니 언제나 겸허해야 한다. 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으려면 사랑받을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