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디지털 기술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고 수입을 얻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달기사, 웹 디자이너,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는 약 300만명에 이르는데요. 문제는 이들이 형식상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들을 새로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로 꼽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전문가들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월 145만원' 버는 플랫폼 노동자 '88만' 시대
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단순 중개와 알선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지난 2020년 179만명에서 2021년 220만명, 2022년 292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32.9%나 뛰면서 관련 종사자들이 급증했는데요.
협의의 개념으로 좀 더 좁혀서 일의 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을 제공받는 플랫폼 노동자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88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1.1%(8만8000명) 늘었습니다. 2021년(66만1000명)과 비교하면 3년 새 33.6% 증가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디지털 기술 발달 등 산업변화와 더불어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 등에 따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기술(IT) 서비스업종이 14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41.2%나 급증했고, 교육·상담 등 전문서비스업이 69.4% 증가한 4만1000명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배달·운전 노동자는 48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는데요. 코로나19 유행기에 급증했던 배달 수요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빠르게 줄어든 결과로 분석됩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남성(70.9%)이 여성(29.6%)보다 많았는데요. 연령대는 30대(28.7%), 40대(26.9%), 50대(20.2%), 20대(13.8%) 순이었습니다. 이 일을 주업으로 삼는 비율은 55.6%, 부업으로 삼는 비율은 21.8%였고, 나머지 22.6%는 시간이 날 때 간헐적으로 일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아울러 플랫폼 종사자는 한 달 평균 14.4일, 하루 평균 6.2시간을 일했는데요. 월수입은 평균 145만2000원 수준이었습니다. 전년에 비해 일한 시간과 월급(2022년 146만4000원)이 모두 소폭 줄었는데, 주업형 종사자보다 가끔 일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플랫폼 갑질을 규제하라 2차 배달의민족 항의 행동' 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하지만 근로자가 아니다?…노동관계법 적용 '미대상'
문제는 이들이 모두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인데요.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약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엔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사회 불평등 연속토론회: 노동시장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토론회에서 "확산되는 특고·플랫폼노동에 따른 노동자성 오분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사용자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정의 확대를 통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표준계약서 마련, 분쟁해결 지원 등 플랫폼 종사자 보호방안을 담은 '노동약자 지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 노동약자 지원·보호법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 해외에선 플랫폼 종사자의 최저임금 보장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미국 매사추세츠주가 최근 플랫폼 종사자인 우버·리프트 기사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배달·대리운전 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자는 요구가 나왔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한국과는 대조적이라는 모습입니다.
이 실장은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최소한 생존을 위해서 보장되어야 하는 임금이다.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등 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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