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증권 업황의 대형사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전체 61개 증권사 중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등록된 9개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전체 증권사의 70%가 넘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중소형사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입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61곳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5조590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자본금 3조원이 넘는 종투사 9곳이 벌어들인 비중은 71.9%(4조213억원)으로 집계됩니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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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52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30%도 되지 않는 것인데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순이익 쏠림 현상은 매년 심화하고 있습니다. 종투사 9곳의 순이익 비중은 2021년 71.3%에서 2022년에는 80%에 육박한 79.2%까지 늘었습니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수익 쏠림은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순이익 비중은 2021년 45.6%에서 2022년 38.6%로 주춤했다가 지난해 말 다시 62.0%로 늘었습니다. 61곳 중 5곳의 이익 비중이 절반을 크게 웃도는 셈입니다.
올해 1분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올해 1분기 증권사 전체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6199억원으로, 종투사 9곳의 비중은 73.1%로 나타났습니다. 초대형 IB 5사의 순이익 비중도 50.4%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실적 쏠림 현상은 향후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이 중소형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증권업의 신용도 전망에 대해 "금융환경, 부동산 PF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중소형사의 사업 기반과 이익 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신평은 “업권의 자본완충력이 대체로 양호하나, PF 대출, 투자자산 부실화로 재무지표가 크게 저하되는 업체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용평사의 우려는 현실화하는 모습인데요. 한양증권은 지난 15일 대주주인 한양대학교(한양학원)가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습니다. 한양대병원이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전공의 파업을 겪으며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양병원이 증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포스증권의 경우 지난 5월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됐습니다. 한국포스증권 전 마지막 증권사 M&A는 6년 전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계속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증권사의 자기자본 비중이 많지 않은데 부동산 PF가 크거나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지 않은 회사라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도 부실 증권사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려운 만큼 내년쯤 구조조정이 한 번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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