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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준석의 가처분과 창당
2022-08-09 06:00:00 2022-08-09 06:00:00
지난 8일,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70%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퇴임을 3개월 앞둔 대통령도 아닌데, 이제 취임한지 3개월 된 대통령의 '취임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곤란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던 당시에도 당대표 직무대행과 당당하게 엄지척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우리 당 잘 하고 있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었다. 상황에 대한 인식 능력이 낙제점에 가까워 보인다. 이러한 눈치없는 덕담에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어 열심히 하겠다’는 충성맹세로 화답한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미 자리를 내놨지만, 결국 이날 이 둘이 주고받은 나름대로 행복했던 한 순간은 그대로 비수가 되어 돌아왔고 당과 정을 갈갈이 찢어놓는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을 때만해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성질대로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그나마 이 대표를 멈추게 만든 것은 주변의 만류와 한 가닥 희망이 있었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본인을 굽어 살펴줄 수도 있다는. 
 
하지만,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 폭로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고 당의 비대위 체제를 계기로 더 이상 이 대표에게 허락된 직이 없다는 것이 현실화되면서 이 대표의 선택은 벼랑 끝 전술밖에는 없게 되었다.
 
국민의 힘 전국위원회 회의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의장인 서병수 의원 역시 비대위 체제에 부정적이던 태도를 180도 바꿔버렸고, 자타공인 이 대표의 지지 세력이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정미경 최고위원 등도 이제는 그를 손절하는 상황이다. 그를 둘러싼 최고위 우군도 김용태 최고위원 한 명밖에 남지 않았고,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원내세력들도 그닥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가 당대표 초기 뽑아놓은 '이준석 키즈'들만 아직까지 살아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이 상황에서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아마도 신당창당이나 가처분 등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것 두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대한민국 최고 보수당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던 이 대표가 새로운 황무지로 달려 나가 당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주변에서 이 대표의 선택지로 신당 창당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그닥 확신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당을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그 후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향하는 보수의 가치가 얼마나 정치하게 현재 여당과 다를 것인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얼마나 충성심을 가지고 얼마나 영구적으로 그를 추종할 것인지, 실제 그가 가고자 하는 정치 지형이 얼마나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실제 창당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본 뒤 더 이상 갈 수 있는 길이 없을 때에서야 생각해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능성 있는 선택지 중 하나는 법적 대응 착수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 방법은 사실상 이 대표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법적 대응에서 패하면 치명타를 맞는 것인데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별로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하려는 비대위출범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은 과연 그를 구제해줄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이 대표 주변의 법조인들은 그에게 ‘가처분시 승소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를 그 하위 의사결정기구에서 내칠 수는 없고, 이미 사퇴를 선언했던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임을 확인하기 위해 의결에 참여한 점 등이 모순적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글쎄올시다’라고 답하고 싶다. 
 
사법적 판단을 하는 법원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대위’ 구성과 의결에 ‘딴지'를  걸기는 쉽지 않고, 특히 정당 내부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의 당헌 당규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은 법원이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원은 자신 없는 경우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고, 이미 벌어진 현상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이 대표가 하려는 가처분은 그 성격상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단행적 가처분’이다. 즉 본안 소송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 가처분 결과 그 자체로 현상이 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보전처분이므로, 법원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집행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어나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결국, 이 대표는 가처분을 신청하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고, 정치적 스킬로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법원에서 이 대표의 청을 들어준다고 국민의힘이 당면한 본질적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 오히려 혼란만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마음이지만, 이 대표가 문제를 조금 더 성숙한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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