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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정보관리단 신설…법무부 자체 권력화 우려
법무부 장관, 공직자 인사 개입 가능성 커져
"일개부처 장관에게 사장 칼자루 쥐어줘서야"
"정치적 공격 빌미 제공…정국 혼탁 우려"
"검·경 범정 인력 대량 유입…자체 권력화 가능성도"
2022-05-24 18:08:43 2022-05-24 18:08:4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무부가 정부의 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안을 입법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에 따른 것인지만 법무부가 법무정책 범위를 벗어나 사정 권한까지 쥐게 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가 24일 입법예고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보면 '인사혁신처장의 공직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기존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 법무부 장관에게도 위탁한다'고 돼 있다. 검증의 최종 결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보고를 받는다.   
 
법무부의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을 두고는 편향성 문제가 우선 제기된다. 법무부 장관이 최종 보고를 받는 체계인 이상 법무부 장관이 인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일개부처 장관이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정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또 다른 법조인은 "과거 '왕차관', '왕수석'의 폐해를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왕장관' 시대까지 맞게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것이 야당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정부의 인사업무가 정치 쟁점화 되면서 국정불안 요소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민정실 근무 경력 인사는 "야당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인사 문제'"라면서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을 두고도 진통이 컸는데, 법무부 산하에 인사검증 조직이 활동을 시작하면 편향성 시비가 본격화 되면서 국정이 매우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사정보관리관 구성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령(안)을 보면 법무부에는 해당 사무를 관장할 인사정보관리단장이 배치되고 인사정보 1담당관과 2담당관이 그를 보좌하도록 돼 있다. 이 중 1담당관은 현직검사가 맡아 사회분야 정보 수집·관리 업무를 관장한다. 2담당관의 경우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나 일반직 공무원이 맡아 경제분야 정보 수집·관리를 맡는다. 
 
인사정보관리단장의 자격은 구체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일정 기간의 법조 경력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정 업무를 오래 한 한 전직 검찰 간부는 "현직 검찰간부 내지는 검찰간부 출신 변호사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 실무단원에 대해서도 이 전직 간부는 "인사검증과 비슷한 범죄정보수집 업무를 한 검사나 경찰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찰의혹 시비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이 검사들이 법무부에 대량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 정부의 무리한 탈검찰화 정책으로 법무부의 전문성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일정 부분 환원될 필요성은 있지만 기존 검사 티오(TO) 직책 외에 인사정보관리단처럼 새로 설치되는 부서에 검사나 수사관들로 채워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과 민정실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고위 검찰 간부는 "전체 규모가 20명이라지만, 정상적인 인사검증 업무를 위해서는 그 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인사정보관리단 자체가 권력화 세력화 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이런 위험성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단 자체적으로 검증업무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가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단이 공직자 추천과 분리된 인사 검증만을 업무로 하고 있는 데다가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 민정실에서 전적으로 이뤄지던 추천과 검증을 분리한 구조로 국민들께서 봐주시면 좋겠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과거 보다 인사 업무 자체가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막 입법 예고된 안이고 여러 우려에 대해서도 유념하고 있다"고 했다.    
 
개정령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25일까지로 불과 2일간이다. 이 기간 동안만 의견을 접수 받는다. 예고기한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개정령안은 확정된다. 이에 따라 늦어도 6월 중에는 법령으로 공포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6월 중 검사장 일부와 고검검사급 인사가 있는 만큼 검찰 인사 일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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