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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방 없는 '개방형 카드사 결제앱'
2021-02-23 06:00:00 2021-02-23 06:00:00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당장은 어렵다."
 
타사 신용카드를 자사 결제앱의 결제수단으로 등록하는 게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아마 직접적인 경쟁사와 협업으로 고객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듯보였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앱을 개편하면서 '개방성'을 강조했다. 업권 간 장벽을 무너뜨려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카드사들은 기존에 자사 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던 '앱카드' 시스템을 탈피하기 시작했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업그레이드한 'KB페이'를 출시하며 은행 계좌, 포인트 등을 결제 수단으로 확대했다. 추후에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으로 제휴사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계좌와 연동해 디지털 캐시를 충전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자사 은행 계좌를 등록해 결제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같은 변화에 소비자들은 반겼지만 아쉬움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간편결제앱처럼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개방성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계열사 위주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 크다. 특히 여전히 고객들은 간편결제앱을 같이 겸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앱평가 리뷰에서 자주 보였다.
 
미온적인 개방정책을 펼치는 사이 간편결제 업체의 성장세는 더 견고해졌다. 광고업체 '인크로스'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간편결제·송금액 순이용자수'를 분석한 결과 삼성페이가 1371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토스는 1284만명으로으로 2위를 기록했다. 신한·국민·하나카드는 각각 819만명, 434만명, 255만명을 기록했다. 이들을 제외한 업체는 순위권에 안착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일일이용액은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반면 카드결제 사용액은 전년보다 0.3% 하락해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카드결제 사용액이 7.4%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판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카드사의 획기적인 혁신이 없다면 조만간 결제 주도권 상실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오는 4월부터는 간편결제 업체에 후불결제까지 도입된다.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편의성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카드사 간 결제수단 등록 제휴를 확대하는 게 오히려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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