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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니콜라가 준 뜻밖의 '투자교훈'
2020-09-28 06:02:00 2020-09-28 08:35:18
니콜라 테슬라는 인류에게 '전기 문명'을 가져다 준 미국의 천재 발명가였다. 그는 19세기와 20세기를 가로지르며 평생 700여개의 발명품을 만들었고, 100여개의 특허를 얻었다. 교류 전기 뿐만 아니라 X선, 공명주파수, 무선전신 등이 그의 작품이었다. 수백만 볼트의 인공번개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생존했던 시대는 불을 보며 무서워했던 원시인들처럼 사람들이 전기를 두려워했던 때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마술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겼기 때문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발명을 했던 라이벌 에디슨과는 결이 달랐다. 발명 자체를 사랑했다. 그는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였던 것이다.
 
21세기 그의 이름을 딴 두 기업이 탄생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다. 인류의 미래를 보여줬던 니콜라 테슬라처럼 이들 업체는 새로운 에너지로 작동하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작은 그랬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뜬구름 같았던 이야기를 현실세계로 가져왔다. 회사를 세운지 16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전기차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민간 우주여행까지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는 머스크는 니콜라 테슬라를 빼닮았다.
 
반면 니콜라의 창업자 트래버 밀턴은 머스크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가 5년전 만든 회사는 '제2의 테슬라'란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지금은 사기 의혹에 휘말려있다.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투자 사기다. 실체없는 기술과 설비로 투자자들을 모으고, 상장까지 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 말이다.
 
애초 밀턴이 제시했던 수소전기차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이 분야에서 22년간 투자해온 현대차도 최근에서야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보아도 의심을 살 만한 이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컸을까. 그것은 GM이 든든한 뒷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GM은 20억달러어치 현물을 투자해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하고, 니콜라의 첫 수소트럭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업력 112년의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이렇듯 자신있게 나서자 다른 자본가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우리 기업 한화와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보쉬 등도 그랬다. 처음에는 성공한 듯이 보였던 투자는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기 논란이 시작되자 니콜라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고, 전고점 대비 3분의1 토막이 난 상황이다. 
 
니콜라 사례는 이름만 믿고 ‘편승 투자’를 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투자 전 실사’가 중요한 이유다. 투자 이전 해당 기업이 주장하는 기술이 실재하는지, 또 그 기술을 이용한 사업이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와 시장 규모 등을 면밀히 따지는 것은 투자의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실사를 통해 투자를 하는 경우보다 이전에 투자를 받은 이력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이 대부분이다. GM처럼 유명하고 큰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안전한 기업’으로 평가돼 사실상 실사 없이 투자를 하고 마는 것이다. 관행에 따른 검증 없는 투자는 다른 투자자들의 연쇄투자로 이어지기에 이 기업이 잘못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잘못된 투자관행을 가장 흔하게 보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입소문으로 '묻지마투자'를 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주식투자로 성공을 한 사람들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면 대부분 ‘발품’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아무리 소액이라도 투자 이전에 기업의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책임자를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실사 활동을 했다.
 
동학개미에 이어 미국 주식시장에는 '서학개미'가 몰리고 있다. 이번 니콜라 사태에서 우리 투자자들도 수백억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태평양 건너 기업들을 실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뉴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사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조사는 해야 한다. '제2, 제3의 니콜라'는 또 언제든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형 산업부 에디터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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