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사모펀드 고래싸움에 투자자 등 터진다
입력 : 2020-07-14 06:00:00 수정 : 2020-07-14 08:25:03
이종용 증권데스크
"무분별한 규제 일삼은 금융위원회 탓"(금융감독원 노조), "코로나19 사태로 사모펀드 감독을 제대로 못했다"(금융위원회 관계자)
 
"옵티머스자산운용사의 요구대로 종목 변경한 예탁결제원 탓"(NH투자증권), "사모펀드 운용자산 감독 권한 없다"(예탁결제원)
 
지난해 1조7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잇따른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놓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간의 네탓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연이어 불거지는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원인이 제도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금융사들과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무리한 규제 완화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제시한 사모펀드 전수계획을 두고 "전형적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연일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제2의 라임사태'로 꼽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선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책임소재를 두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바꾸면서 사태를 촉발했다는 게 판매사의 주장인 반면, 예탁원은 NH투자증권의 주장은 틀린 이야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비위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과 다를 바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위, 금감원, 판매사가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모두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서로가 네탓으로 화살을 돌리는 사이 사모펀드 사태가 단순한 금융사고를 넘어 정치공방 이슈로 커지는 모양새다. 먼저 사태의 원인이 금융위의 규제완화에 있는지, 금감원의 감독부실에 있는지 따지는 문제가 감독체계 개편으로 번지는 것이다.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반민반관' 기관인 금감원이 행정기관에 준하는 제재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최근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과 교분을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뜬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현 정권과 여당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며 "당과 특위 위원은 모든 역량 총동원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금융기관들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이 고래싸움을 벌이는 동안 새우등이 터지는 쪽은 따로 있다. 바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노후 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한푼 두푼 모은 돈을 회사의 부정행위로 인해 한순간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사모펀드 사태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쟁화할 경우 당국이 추진하는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현재 불거진 사건·사고 해결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 사모펀드 피해자는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데, 판매사들이 선보상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을 받고 이쯤에서 끝내야 하는가보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기댈 곳은 입법기관이 아니라 결국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다. 당국의 위상이나 경영진의 거취에만 집중한 나머지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현안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피해 보상을 못 받고 있는 투자자들의 하루는 생각조차 못 하는 힘들 나날인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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