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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역시 삶은 예측 불가능의 연속이다
2020-07-06 00:00:00 2020-07-06 00:00:00
삶이 재미있는 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마다 세워놓은 인생 계획표대로 살 수 있도록 삶은 순순히 그 흐름에 따라주지 않는다. 시시각각 돌변하고 부딪혀오는 외부환경에 맞닥뜨려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가 붕괴될 때마다 개인은 선택해야 한다. 환경을 바꾸거나 자신을 바꿔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포기해 버릴 것인지.
 
80세를 훌쩍 넘긴 한 노 배우 구설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데뷔 60년을 훌쩍 넘긴 이대가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이었고 본보기였다. 특히 영화계 후배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항상 그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였다. 나 또한 그에게 힘을 받은 적 있다. 언젠가 인터뷰가 끝난 후 장애 아들을 키우는 어려움을 토로하자세상에 필요 없고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며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사람 자체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해 주셨다. 그때 그가 두드린 어깨의 체온은 오래도록 따뜻한 온기로 지금도 남아있다.
 
그랬던 그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게 됐다. 그 동안 쌓아온 모든 평판이 흔들리고 있다. 하필이면 가족과 노동 문제가 하나로 얽혔다. 거세게 몰아치는 대중의 비난 속에서 그는 선택해야 한다. 설득력 있는 행보로 대중을 바꿀 것인지,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떠나버릴 것인지.
 
최근 개봉한 영화 두 편도 달라진 외부환경에 맞닥뜨린 개인의 얘기를 다룬다. ‘사라진 시간 ‘#살아있다는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는 주인공의 분투를 그린다.
 
먼저사라진 시간은 하루아침에 자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이 변해 버린 얘기다. 주인공 형구(조진웅)는 대면한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자신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 영화는 오롯이 개인의 혼란스런 내면에 집중한다. 극적인 설정만 빌려왔을 뿐 형구가 겪는 내면의 갈등은 불확실한 내일을 사는 우리 모습과 맞닿아 있다.
 
반면 ‘#살아있다사라진 시간이 그리는혼자의 세계관을 깨트린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뒤덮은 좀비떼는 그저 얘기를 위한 도구일 뿐.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모습을 풍자하는 동시에혼자가 아닌함께의 힘이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우리이기에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영화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재난 상황을 그린다. 하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아닌 그 재난 속에서 삶에 대한 반추를 끌어내는데 집중한다. ‘사라진 시간의 형구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과정이 아닌 뒤바뀐 현실에 순응하는 과정을 선택하고, ‘#살아있다속 준우(유아인)는 끝까지 살아야만 하는 희망을 놓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선택한다.
 
세상은 자신만의 계획표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인생에서의 재난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 그것은 이혼이나 실직일 수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일 수도 있으며, 구설이나 자연재해일 수도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그 재난 상황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것인지. 그것이 재난 이후 삶의 모습을 바꿀 것이기에.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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