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딥러닝으로 상품성 높은 옷 자동 디자인"
(스타트업리포트)패션 기술 스타트업 '디자이노블' 신기영 공동 대표
"데이터 기반 패션 디자인·제조·유통 회사 목표"
입력 : 2018-09-06 06:00:00 수정 : 2018-09-06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지난해 7월 설립된 디자이노블(Designovel)은 인공지능(AI)에 패션을 접목해 사업을 시작한 패션 기술 스타트업이다. 패션 트렌드 정보를 분석해 잘 팔릴 디자인을 생성하거나 찾아서 추천하는 디자인 AI, 패션 기술 등의 솔루션을 패션 회사에 공급한다.
 
디자이노블은 포스텍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원 3명이 공동 창업했다. 신기영 대표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전략마케팅팀, IBM 데이터 애널리틱스(Data Analytics)팀에서 일했다. 송우상 대표와 중국 국적의 Jianri Li(이건일) 대표는 빅데이터·AI 인재다. 송 대표는 2010년 세계정보검색경진대회(TREC) 1, 이 대표는 2014년 세계기계번역경진대회(WMT) 1위를 차지했다.
 
창업 전 이들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초기에는 이미지,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술을 활용해 이상형을 추천해주는 소개팅 서비스를 기획했다. 전국 빅데이터 스타트업 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업성이 될지는 의문이었다. 이후 주변의 조언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신기영 대표는 "원료가 100원이면 휴대폰·TV120~130원에 판매된다. 그런데 루비이통처럼 패션 쪽에서는 10만원 이상을 받고 팔 수 있을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 아마존이 디자이노블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성에 확신을 가졌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동기부여가 됐다. 이 회사는 설립 5년 만에 메이시스(Macy’s), (Gap)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는데, AI를 이용해 고객 취향과 체형에 맞는 옷을 스타일링해 판매하는 기업으로 디자이노블과 비슷한 사업을 한다.
 
디자이노블의 AI, 딥러닝 기술은 패션쇼, 브랜드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각종 패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트렌드 기반의 상품성 있는 옷을 자동 생성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IT 기능이 취약한 중소 패션기업은 디자이노블의 기술 솔루션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수수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잘 팔릴 법한 옷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활용해 트렌드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협업 파트너를 늘리고 패션 산업에 안착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써보니 매출이 늘어났다', '디자인 만족도가 높다' 등 기술사용에 따른 긍정적인 레퍼런스를 구축해야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을 유통하는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중기 목표다. 신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패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이터 기반의 패션 디자인·제조·유통 회사가 되고자 한다""패션과 같이 정성적인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디자이노블은 인공지능에 패션을 접목해 사업을 하는 패션 기술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패션 트렌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딥러닝 기반의 AI가 잘 팔릴 만한 패션 스타일을 생성한다. 사진=디자이노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국가를 초월하는 힘을 보여준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유다. 그런데 첫 직장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핵심 요인은 기술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두 가지 생각이 하나로 발현된 것이 창업이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패션 산업은 비교적 기술 도입이 늦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기술 역량을 갖추는 것도 어려워하는 분야라는 걸 알았다. 기회가 많다고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자이노블은 패션 기업인가, 기술 기업인가.
패션 기술 기업이다. 기술만 알아도, 패션만 알아도 할 수 없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TV에 나오고, 잡지에서 유행이라고 소개되면, 백화점에서 멋진 옷을 사서 모든 사람이 향유했다. 지금은 다르다.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찾아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소비한다. 이런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더 많은 디자인을 생각하고 만들어내 수많은 유통 채널에 공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트렌드 정보를 이해하고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기존의 방법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은 스티치픽스,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패션 분야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해 이러한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이 같은 선진 회사들의 일과 유사하다. 트렌드 정보를 이해한 AI가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누가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 판매한다. 또는 디자이너나 고객이 원하는 옷을 빠르게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 AI 툴도 제공한다. 시장에 존재하는 옷들을 찾아서 이해하고 만들어내고 추천하는 방식이다. 특히 AI의 디자인 생성 부분이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두 번째 창업이다. 실패 경험을 소개해달라.
2013~2014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 랭킹을 매기는 모바일 앱을 개발해 처음으로 창업했다. 취업할 때 연봉은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데 연봉만 보고 입사하면 일이 너무 힘들고, 회사 문화가 좋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금방 퇴사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사례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회사를 평가하는 랭킹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맥킨지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잡플래닛'이 관련 시장을 선점했다.
 
적재적소에 팀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가 금덩어리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어딘가에는 나무조각, 철사조각이 들어가야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모두가 화려하면 다 잘 될 거라 오판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가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해서 더 잘 되면 사업이 더 빨리 클 수 있다. 유사 서비스인 '잡플래닛'이 온라인을 휘어잡은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창업 후 1년을 평가한다면.
포항공대 3명이 패션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고 하면 무엇을 기대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을 먼저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내 창업 아이디어 대회를 시작으로 생각을 가다듬었다. 문서로 사업 아이템을 정리한 뒤에는 정부의 창업 지원프로그램에 응모해 최소한의 콘셉트를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의 캠퍼스 테크어택 프로그램에 참여해 많은 피드백과 가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좋은 기회들을 많이 주셨는데 우리가 미숙해서 서로에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단 말씀을 거듭 전하고 싶다.
 
이후에는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에 참여하는 등 하나의 사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았다. 최우수 스타트업상도 받았다. 포스코 IMP도 멋진 프로그램이다. 창업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이외에도 구글캠퍼스 서울 입주기업으로 선발되고 미국 할사이온(Halcyon)재단의 쇼케이스에 참여하는 등 회사를 알리고 성장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좋은 인연이 돼서 유명 신진 디자이너나 한국 패션 중견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패션 기업과도 기술 도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달라.
기술 솔루션을 패션 기업에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다. 개인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고객은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규모는 대기업만큼 크지만 IT 기술이 없는 패션 회사가 있다. 기술 솔루션 사용료를 받는다. 기술 솔루션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는 거다. 우리가 성장할수록 고객 회사의 IT 역량도 커진다. 다른 하나는 주로 온라인 쇼핑몰 쪽이다. 잘 팔릴 법한 옷을 추천해주는 데에 관심이 높다. 기술과 패션산업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면 직접 패션 상품을 유통하는 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AI, 딥러닝 기반이다. 데이터 누적이 중요한데, 패션 관련 광범위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나.
공개된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학습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패션 데이터는 휘발성이 강해 유행이 한창일 때는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만, 유행이 끝나면 많은 정보들이 사라진다. 일찍 시작한 만큼 데이터 부분에서도 차별화된 격차를 유지하려 한다.
 
사업 확장성은.
면밀히 보자면 패션 기술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 AI. 디자인 AI는 확장성이 어마어마하다. 패션은 휴대폰,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른 분야보다 움직이기 쉽다. 패션은 부가가치가 높고 테스트베드로서도 적격이다. 패션에서 성공하면 안경테, 벽지, 인테리어, 게임 캐릭터 등 디자인 관련 모든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
 
디자이노블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솔루션 협업 파트너를 늘려가고 패션 산업에 안착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써보니 매출이 늘어났다',  '디자인 만족도가 높다' 등 기술사용에 따른 긍정적인 레퍼런스를 쌓아나가야 한다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을 유통하는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중기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패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이터 기반의 패션 디자인·제조·유통 회사가 되고자 한다. 패션과 같이 정성적인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공동대표. 사진=디자이노블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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