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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리남’ 윤종빈 감독 “나도 처음엔 믿지 못할 실화였다”
절대 믿지 못했던 실화 사연…“실제 인물 만나고 단번에 설득됐었다”
“시리즈 연출, 왜 미국에선 에피소드마다 감독 다른지 알 것 같더라”
2022-09-23 01:00:01 2022-09-23 13:50:2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05년 말이었다. 대한민국 영화계가 패닉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었다. 확대 해석일 수도 있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당시 현업에 있던 관계자들에게 체감은 그 이상이었을 수도 있다. 그냥 작은 독립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영화는 국내 독립영화의 완벽한 전설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 단순한 독립영화가 아니다. 당시 연출을 맡은 감독의 대학 졸업 작품이었다. ‘놀랍다는 말로 표현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주인공은 윤종빈 감독이고, 그의 대학 졸업 작품은 용서 받지 못한 자이다. 이 영화로 윤 감독은 평생의 페르소나로 불리게 될 하정우와 함께 했다. 하정우는 윤 감독의 대학 같은 과 동문 선후배 사이다. 이후 윤 감독과 하정우의 행보는 굳이 설명 안해도 대한민국 모두가 다 아는 흥행 레전드가 됐다. 그런 윤 감독이 데뷔 이후 처음 드라마를 연출했다. 사실 그게 화제의 중심은 아니다. 윤 감독의 연출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그런 윤 감독이 나가도 너무 나간설정의 그것도 드라마를 찍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다. 말이 안되는 것도 모자라 심하게 안되는 이 얘기를 도대체 왜 윤종빈 감독이 찍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이 얘기,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실화였단다.
 
윤종빈 감독. 사진=넷플릭스
 
첫 질문부터 윤 감독에게 다소 도발적으로 물어봤다. ‘너무 심하게 선을 넘은 것 아니냐라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윤 감독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수리남자체가 실화에 기반을 둔 설정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질문하는 쪽과 질문 받는 쪽 모두가 어느 정도의 대답과 이해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게 있었다. 분명 실화 기반의 각색이 됐을 것이란 점이었다. 윤 감독은 디테일을 제외하면 큰 줄기는 사실 바뀐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사건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보셔도 나와요. 읽어보시면 이게 말이 된다고?’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황당해요. 저도 꽤 오래 전 이 얘기를 추천 받았죠. 그때 제가 한 첫 마디가 말이 되냐?’였어요. 근데 극중 하정우의 실제 모델이시던 K씨의 녹취록을 문서화 한 걸 읽어봤는데 이게 정말이야?’라고 한 단계 의심이 내려 앉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얼마 뒤 K씨를 만났어요. 만나자 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저 스스로 가능하겠다란 확신이 왔어요(웃음)”
 
그 확신 밑바탕은 K씨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다고. 윤 감독이 만났을 때 K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에서 밀리지 않을 듯한 강인한 인상이 순식간에 밀려와 윤 감독 스스로도 움찔했던 기억이 있었단다. 이 실화를 믿지 않던 윤 감독이 K씨의 얼굴만 보고 설득이 된 순간이 더 황당하면서도 이 얘기를 궁금하게 만들어 버렸다.
 
'수리남' 촬영 현장 스틸. 사진=넷플릭스
 
실화 자체가 너무 영화적이고 극적 부분이 많아서 굳이 많은 부분을 각색화 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극중에 강인구(하정우)가 홍어 사업을 위해 수리남에 가는데 실제 K씨도 홍어 수입을 위해 수리남에 가신 거에요.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3명의 동생을 부양한 것들 모두가 K씨 개인사에서 따온 설정이었죠. 극중 강인구의 얘기 80~90프로는 실제 사연을 그대로 가져 온 것입니다. 그리고 실화에선 K씨가 극중 전요환으로 나오는 범죄자의 집에서 함께 살았어요. 정말 놀랍지 않아요(웃음)”
 
사실 윤 감독은 수리남연출을 하지 않으려 했었단다. 이 얘기는 무려 7년 전 처음 윤 감독에게 전해졌던 얘기다. 하지만 그때는 범죄와의 전쟁을 끝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결과적으로 같은 스타일의 얘기를 두 번 연속 하는 것에서 거부감을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서 돌고 돌면서 이 얘기가 윤 감독에게 다시 왔고 주변 제안에 마음이 다시 흔들렸단다윤 감독은 제일 잘하는 걸 거절하는 게 이상하다는 주변 충고를 받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수리남은 제가 감독이란 직업으로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고 일한 작품이에요. 저희 제작사 대표 분이 아니 제일 잘하는 건데 왜 안 하냐라고 하셔서 마음이 움직였죠. 지금도 제 대표작이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절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말씀해 주시고, ‘범죄와의 전쟁 같은 영화 다시 만들어 주세요라고도 해주시니 해보자 싶었죠. 우선 영화는 이 얘기를 풀어가는 데 변별력이 없을 것 같아서 넷플릭스와의 접촉을 통해 8부작으로 기획됐고 다시 논의 끝에 6부작 시리즈로 결정했죠.”
 
'수리남' 촬영 현장 스틸. 사진=넷플릭스
 
두 시간짜리 영화 연출 전문에서 한 시간짜리 6편을 만드는 작업은 고되고 또 힘들었다. 무엇보다 연출을 위한 일종의 작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때문에 윤종빈 감독이 무엇에 어떻게 집중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고. 처음 실화를 접했을 때도 자신이 실제로 느꼈던 궁금증, 그 지점이 수리남’ 6부작을 살리느냐 죽이느냐 해법이 될 것 같았다고.
 
처음에는 영화로 기획을 했지만 제가 반대를 했어요.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럼 언더커버 물 그 이상도 이하도 나오기 힘들다 판단했어요. 제가 중점을 뒀던 건, 강인구란 인물이 도대체 왜 이름도 생소한 중남미의 수리남이란 나라에 가게 됐느냐 였죠.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니 가야했고, 그 곳에서 무섭고 두려웠겠지만 무려 몇 년을 전요환 옆에 붙어서 그를 검거하기 위해 국정원에 협조한 이유 등을 만들어줘야 했어요.
 
하지만 제작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만은 않은 듯했다. 물리적 어려움이 있었다기 보단 영화 감독으로서의 당연한 습관 그리고 개인적 취향에 따른 습관이 겹쳐져 고민이 많았던 순간을 전했다. 윤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플롯, 즉 사건을 나누는 것을 잘 못한다고 웃었다. 때문에 수리남에서도 연출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어색 했었다고. 특히나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 아닌 6부작 시리즈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단다.
 
윤종빈 감독. 사진=넷플릭스
 
기본적으로 영화는 두 시간 내외 인데 드라마는 그게 아니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이상했죠. 그리고 제 개인적 취향일 텐데, 제가 서브 플롯에 집중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시리즈를 보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전 제가 관심 없는 얘기는 그냥 넘어가요. 결국 제가 시리즈를 만들면서 곁가지라 생각한 지점은 거의 다 덜어냈어요. 그게 8부작에서 6부작으로 줄인 이유이기도 하죠.”
 
윤 감독은 수리남으로 데뷔 이후 첫 시리즈 경험이고 첫 OTT경험이다. 최근 들어 플랫폼에 대한 경계가 무색해지면서 여러 영화 감독들이 OTT플랫폼 콘텐츠 연출에 도전 중이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윤종빈 감독이기도 하다. 일부 영화 감독의 경우 OTT콘텐츠 연출 제의가 와도 거부감 때문에 실제로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다행히 윤 감독은 거부감은 이번에 해보니 나 스스로도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전 지금 생각해봐도 플랫폼 차이에 따른 거부감은 의외로 적은 것 같아요. 그리고 OTT를 한 번 경험해보니 그 파급력은 인정해야겠더라고요(웃음). 정말 몇 십년 동안 연락도 안하고 지내던 초등 동창들도 전화가 오더라고요. ‘수리남잘 봤다고 하하하. 심지어 보험회사 제 담당 직원분들까지 전화가 왔어요(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제가 니콜라스 케이지 팬이에요. 근데 그 분이 자신의 인스타에 수리남 재미있다란 글을 올려주셔서 너무 신기했죠.”
 
'수리남' 촬영 현장 스틸. 사진=넷플릭스
 
극중 야구선수 박찬호의 사인볼이 매개체가 돼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 엔딩이 눈길을 끈다. 참고로 극중 나오는 박찬호 사인볼은 실제 박찬호의 사인볼이란다. 드라마 제작을 위해 박찬호 재단에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제공 받았다고. 윤 감독은 시즌2 여부를 묻는 질문에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우선 당연하게도 이번 수리남의 글로벌 흥행에 따른 넷플릭스의 결정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것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수리남이 시즌2를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 온다면 하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시즌2에 대한 지금의 생각은 목숨을 거는 작업같아서(웃음). 미국에서 시리즈가 제작되면 왜 에피소드마다 감독들이 다른지 제가 해보니깐 알겠더라고요.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의 분량은 아니에요 하하하. D.P.를 만든 한준희 감독은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혼자 시리즈를 다 책임지더라고요. 진짜 대단한 거에요. 전 죽어도 못할 거 같아요. 만약 시즌2다 결정이 된다면? 솔직히 지금 대답은 그때 가서 결정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하하하.”
 
윤종빈 감독. 사진=넷플릭스
 
P.S-1 시리즈 전체 제목은 수리남이다. 수리남은 중남미의 실제 국가 이름이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에 가본 적이 없다. 제작진과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극중 일부 장면만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됐다. 나머진 모두 국내 촬영이다.
P.S-2 극중 전요환의 수리남 대저택은 제주도에 있는 폐업된 한 호텔이다. 윤 감독이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고.
P.S-3 극중 브라질 국경 지역으로 등장한 야자수가 무성한 밀림은 제주도의 야자수 농장에서 촬영된 분량이다.
P.S-4 극중 차이나타운 조직 보스역을 맡은 대만 배우 장첸은 대본 단계에서부터 윤 감독이 생각한 배우다. 캐스팅은 공작촬영 당시 대만 현지 PD가 우연하게도 장첸과 친분이 높아 도움을 받았고, 윤 감독이 직접 장첸을 현지에서 만나 설득해 이뤄졌다.
P.S-5 ‘수리남초반 젊은 시절 하정우의 얼굴은 디에이징 기술이 투여된 VFX 결과물이.
P.S-6 극중 강인구(하정우)의 교도소 수감 장면에서 등장한 현지 죄수들. 촬영 장소가 실제 교도소였고, 이 장면에서 야유 그리고 함께 촬영된 엑스트라들 역시 실제 수감된 현지 죄수들이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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