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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당헌 개정'으로 몸살…민생은 없고 '위인설법'만
국민의힘, 당헌 90조 개정으로 '이준석 축출'…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으로 '이재명 방탄'
역대급 수해와 3고로 민생은 한숨만
2022-08-17 16:47:04 2022-08-17 16:48:3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여야가 당헌 개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과정에서 당헌 96조를 개정한 것이 논란을 촉발했다. 전당대회가 한창인 민주당은 당헌 80조 개정 문제로 갈등이 커졌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경우 '이준석 축출',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방탄'이 각각 당헌 개정의 목적으로 비친다는 데 있다. 여야가 역대급 폭우로 인한 수해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기에도 '위인설법'(특정한 사람 때문에 법을 바꾼다)에만 골몰하면서 민생은 또 다시 뒷전이 됐다. 
 
17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을 상대로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심문을 시작했다. 남부지법에 출석한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전체적으로 절차의 잘못된 부분과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에 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한 사람을 몰아내려고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출범 요건인 '비상상황' 규정부터 절차적 하자를 주장한다. 자신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내부총질' 문자 유출 파문으로 '비상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게 그의 주장 요지다.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최고원회위에 참석,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한 것 또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당헌 96조를 개정,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대표 직무대행 권한으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선 "당헌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전국위가 온라인으로 소집되고 ARS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을 의결한 것도 문제 삼았다. 
 
17일 오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절차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이 처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고, 최고위를 통해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으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투표를 거쳐 당헌을 개정했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는 얘기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제 당의 법률지원단 변호사들을 만났는데,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는 걸로 (확인했다)"며 "(가처분신청이 인용된다면)미비한 그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비대위를 해산하지 않고 본안소송을 통해 다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헌 80조 개정 문제로 내홍을 겪은 민주당도 위인설법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비대위 회의를 통해 당헌 80조 1항을 그대로 두되 3항을 수정키로 의결했다. 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전날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시'에서 '하급심(1심)의 금고형 이상 유죄 판결'로 변경을 의결했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집단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다시 고쳐 잡았다. 다만, 3항에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무위원회에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더하며 이재명 의원의 숨통도 터였다.
 
민주당은 당헌 80조 개정 여부를 놓고 친명(친이재명) 대 반명의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논란 끝에 절충안을 택했지만 상처는 아물지 못한 모습이다. 당헌 80조 개정 요구부터 각종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이재명 의원을 지켜야 한다는 강성 지지층의 여론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후 6만8000명이 넘는 당원들이 동의를 표했다. 청원인은 "검찰공화국을 넘어 검찰독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이 사실상 주도했다. 이 의원은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성남FC 후원금, 변호사 대납 등의 의혹에 처했으며, 부인 김혜경씨는 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내홍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시선도 냉랭해졌다. 각 당에선 당헌 개정에만 골머리를 앓으면서 수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 3고 위기 관리 등 민생 현안에 관해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이나 상임위원회 차원의 방안 수립이 미흡한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야의 당헌 개정 파동에 관해 "취지가 어찌됐든 위인설법 논란, 사당화 지적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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