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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헌트’ 이정재 “대한민국 웬만한 감독 다 받아본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 작업만 4년, 치밀함 살리 것 가장 어려워…현대 버전도 있었다”
“정우성 ‘4고초려’, 주연-연출 함께 하는 나 걱정해서 거절했던 것 알았다”
2022-08-12 01:00:01 2022-08-12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진담이 절반 이상 섞인 볼멘 소리였단다. 이정재는 헌트’ VIP시사회 후 뒷풀이 자리에서 정말 절친한 한 연출자에게 진짜 진심이 절반 가량 섞인 화를 풀었다며 웃었다. 당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뒷풀이 자리에서 한 감독이 이정재의 어깨를 다독이며 정말 고생 많았다고 인사를 전했단다. 하지만 이런 인사에 이정재는 형이 안 찍어줘서 내가 이 고생을 했잖아!”라며 버럭했었다고. 참고로 이정재와 이 감독. 25년이 훌쩍 넘은 영화계 최고 절친 가운데 한 명이다. 이정재의 버럭을 들은 이 감독은 바로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이다. ‘태양은 없다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주연으로 1999년 개봉해 현재까지 한국영화 레전드 작품으로 남아 있는 걸작 중에 한 편이다. 물론 이정재의 볼멘 소리는 김성수 감독에게 서운함을 전한 것이 아닌 연출에 대한 고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헌트는 당초 이정재가 기획 제작을 하면서 걸출한 연출자를 캐스팅해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이 첩보 스릴러 장르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끌어온 무거운 내용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 듯 모두가 거절했단다. 이정재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감독이란 직업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헌트시나리오를 받아봤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김성수 감독이었단다. 결국 이정재는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나을 듯싶다는 맘으로 메가폰을 잡았단다. 일단 결과는 언론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이다. 이정재 감독과 나눈 헌트에 대한 내용들이다.
 
배우 이정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우선 올해 칸 국제영화제 초청 상영작과 국내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버전은 좀 다르다. 그렇다고 전체 흐름과 내용이 눈에 띄게 다른 전혀 다른 영화란 개념은 아니다. ‘헌트자체가 담고 있는 영화적 스토리이자 배경이 되는 국내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자체가 대한민국에만 한정된 로컬적인 느낌이 당하단 점이 칸 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나온 평가였다. 이정재는 감독으로서 귀국행 비행기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퍼센트 정도 말하면 대략 30프로 정도 관람 하신 분들이 로컬색채를 지적하셨어요. 1980년대 한국 정치 스토리를 잘 몰라서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을 좀 들었죠. ‘헌트속 사건은 사실 50대인 저 조차도 자세히 아는 분은 드물죠. 근데 10대와 20대는 거의 외국인과 다를 바 없는 지점이라고 보고 연출을 했어요. 그래서 1020세대에게 맞추면 외국 분들도 어렵진 않겠다 했는데 반응이 저래서 좀 놀랐죠. 이 정도 노력도 부족하구나 싶었죠. 비행기 안에서 대사와 편집 등을 다시 수정하는 방식을 고민했죠. 그래서 후시를 몇 장면 다시 따서 국내 개봉 버전을 완성했어요.”
 
가장 궁금했던 점이다. 직접 연출을 한 이유. 사실 이정재는 헌트준비를 꽤 오랫동안 해왔다. 그리고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매번 헌트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재가 헌트와 맺고 있던 인연은 기획제작뿐이었다. 단짝 정우성과 함께 설립한 제작사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통해 헌트를 제작하는 것에만 집중하려 했었다. 그런데 주인공 출연에 연출까지 이뤄졌다. 욕심이었을까. 이정재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였다.
 
배우 이정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출과 주연까지 함께 하는 게 욕심이면 그 욕심 앞으론 무조건 버리겠습니다(웃음). 절대 연출 생각 없었습니다. 하하하. 진심으로 연출 생각은 꿈도 안 꿨죠. 실명을 거론할 순 없지만 국내 톱 감독님 20여분 가운데 헌트시나리오 안 받아 보신 분 없을 겁니다. 우성씨와 거의 30년 만에 함께 출연하니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에게도 시나리오를 드렸지만 결국 거절당했죠. 어떻게요. 그래서 제가 찍었죠. 결국 VIP시사회 후 뒷풀이 자리에서 김성수 감독님께 형이 안 찍어줘서 내가 이 고생을 했다고 잔뜩 화 한 번 냈죠. 하하하.”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됐고, 대부분의 수정이 완성된 완결 버전이 나왔다. 이 기간 동안 이정재가 소화한 영화만 무려 7편이었단다. 결국 이 정도면 차라리 이정재가 연출을 해보는 게 어떨까란 의견이 나와서 직접 메가폰을 잡게 됐단다. 이미 결과물은 나왔지만 다시 돌아가서 시나리오와 연출을 하는 과정 속 어려움은 말로 설명해도 모자를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이정재는 두 손과 두 발로 다 꼽아도 모자랄 정도라도 웃었다.
 
시나리오 작업만 4년이 걸렸는데 어려움이 없었겠어요(웃음). 막다른 길에 선 느낌이 너무 많았어요. 제일 어려웠던 점은 치밀함을 살리는 느낌을 살리는 거였죠. 자료 조사도 너무 오래 걸렸고, 해당 자료들이 한쪽으로 치우진 내용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오래 걸렸고. 반전에 대한 강박 때문에 스스로의 검열에 괴로웠던 적도 많았어요. 1980년대 느낌을 살리는 것도 힘들었죠. 사실 현대 버전 시나리오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1980년대 버전이 영화를 살리는 데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 선택했죠.”
 
배우 이정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정재 그리고 정우성이 한 작품에서 함께 출연하는 모습이다. 그것도 두 사람은 극 중심을 이끌어 가는 대립된 캐릭터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한 뒤 연예계 대표 절친이 돼 현재는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우성은 당초 이정재의 헌트캐스팅을 무려 4번이나 거절했었단다. 실제로 그랬다.
 
뭐 사실이에요(웃음). 그걸 제가 공개한 건 저희가 사심으로 일을 대하지 않는단 걸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태양은 없다이후 많은 분들이 우리가 함께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단 바람을 전하는 것도 알죠. 그래서 반대로 저희 둘은 느끼는 중압감이 상당했어요. 흥행도 잘돼야 하지만 작품성도 좋아야 한다는 압박이었죠. 우성씨는 제가 연출에 출연까지 하면 너무 할 일이 많아져서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거절했던 거고, 그 이유는 저도 사실 공감했어요.”
 
그럼에도 정우성은 이정재의 4고초려에 결국 출연을 승낙했단다. 사실 이정재는 처음 정우성이 출연을 거절했을 때도 박평호배역에 다른 배우를 고려하려 했던 적도 있었단다. 앞서 이정재보다 먼저 연출을 경험한 정우성은 현장에서 감독이 겪는 고충을 먼저 체험했기에 절친 이정재를 생각해 거절을 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정재도 박평호배역을 놓고 진심으로 고심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배우 이정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가 출연을 고집하지도 또 제가 출연하려고 했던 적도 없었어요. 박평호 배경은 정말 모든 배우들에게 열어뒀었죠. 제가 연출을 하기로 한 뒤 배우들에게 선택권을 먼저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먼저 누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해당 배역에 누굴 찜한 뒤 다른 배우들에게 남은 배역을 고르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았죠. 결국에는 이 시나리오에 가장 오래 매달려 있던 제가 한 건데, 글쎄요. 아직도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개봉 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가 된 헌트에 쏟아지는 호평은 상상 이상이다. 호평의 밑바탕이자 밑거름은 배우 이정재의 신들린 연출력이다. 그의 세공력은 기성 감독들의 연출력 이상이며, 그 이상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정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당분간 감독타이틀은 사양하고 싶단 뜻을 전했다. 물론 이정재의 연출 욕심을 자극할 작품이 나타난다면 또 모를 것이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고기 맛은 의심할 수 있지만, 한 번 먹어 본 고기 맛은 당연히 또 끌리게 돼 있는 법 아닌가 싶다.
 
배우 이정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 하하하. 하지만 현재 제 솔직한 심정을 말씀 드리면 당분간은 진짜 연기만 하고 싶어요. 연출 자체가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감독 겸 배우로 겪어 본 현장은 좀 달랐어요. 감독이라면 그냥 제 결정으로 가면 되는 거고, 연기면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배역과 극 자체의 완성도에 일조하면 되는데 전 그 두 가지를 다 하니 모든 스태프와 현장에 제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두 가지를 다 하는 건 너무 힘든 작업 같아요. 그리고 연출을 해보니 연기가 더 어렵단 걸 느끼겠더라고요. 30년 넘게 해 온 제 커리어나 우선 더 잘 지키고 가꿔 보겠습니다. , 당분간은(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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