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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재난, 자연재해처럼 이유 없이 왔다 가는 것”
“10년 전 제안 받은 작품, ‘감’ 안 와 미뤄… 몇 년 전 말할 의미 떠올랐다”
“비상선언 테러 아닌 재난영화, 여러 인물 등장하는 다양한 얘기로 보길”
2022-08-09 01:00:01 2022-08-09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5년 전 신작을 선보일 때도 그랬다. ‘이 감독, 어디서 뭘 듣고 온 건가싶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그때 그 영화, 정말 너무도 리얼했다. 정치와 사회 뉴스 톱을 장식할 만한 내용들이 이 영화 속에 거의 대부분 점쟁이 예언처럼 들어가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물론 감독은 억울하다고 볼멘소리를 했었다. 당연하겠지만 이걸 누가 알고 만들었겠나 싶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사실 모든 촬영은 2년 전에 끝마쳤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칸 국제영화제 초청까지 받으며 흥행 청신호 밑바탕을 이미 잘 깔아뒀는데 극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앞선 영화는 검찰 비리 의혹을 그려 낸 더킹그리고 뒤의 영화는 항공재난 상황을 그린 비상선언이다. 두 작품 연출을 맡은 인물은 한재림 감독. ‘우아한 세계’ ‘관상을 연이어 흥행 시킨 흥행 메이커 연출자다. 그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비상선언은 국내 상업 영화에선 흔치 않은 항공 재난 상황을 그린다. 그런데 그 상황, 지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어떤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참고로 이 영화, 무려 10년 전부터 기획이 됐던 작품이다. 그리고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문제의 그것’. 그때부터 이번 극장 상영 버전까지 단 한 번도 수정된 적 없는 사항이라고. 한재림 감독은 이번에도 또 억울하다고 웃는다. 이쯤 되면 뭔가 신기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풀어본다.
 
한재림 감독. 사진=쇼박스
 
비상선언이 극장에 개봉한 뒤 만난 한재림 감독이다. 여름 영화 4’ 가운데 3번째 주자로 극장가에 출격했다. 출발은 좋다. 사전 예매율과 관람 리뷰가 좋게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 지금 전 세계를 몇 년째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을 너무 많이 닮아 있었다. 이건 예상을 하고 만든 것도 아니고, 또 시기상 예상을 하고 만들 수도 없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 감독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다.
 
뭔가 자꾸 제가 예지를 하는 것처럼 포장이 돼서 부담이에요(웃음). 법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지만 사실 그걸 다루는 건 사람이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를 말하는 내용이 더 킹이었어요. 근데 그때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져서 그랬죠(웃음). 그리고 비상선언 10년 전쯤 연출 의뢰를 받은 작품인데, 당시에는 이런 일이 있겠냐싶었는데 지금 전 세계가 이러니 저도 너무 당황스럽고 그래요.”
 
비상선언은 이미 충무로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묵혀 있던 시나리오다. 한재림 감독에겐 관상훨씬 이전에 손에 들어왔던 시나리오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상선언은 정말 흔치 않은 장르이고 표현 방식이고 내용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창고로 직행했던 시나리오였다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과 기술력이 뒷받침될 여건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가 뚜렷해졌다고.
 
한재림 감독. 사진=뉴시스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된 것 같아요. 제가 관상을 하기도 전 이니. 그때 받은 시나리오도 항공시 테러였어요. 근데 뒷부분 내용을 어떻게 해결 할까. 전혀 감이 안 와서 미뤄 뒀던 시나리오였죠. 근데 10년 정도 흐르고 나니 관객 분들에게 드려야 할 의미가 떠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재난 앞에서 두렵고 힘들지만 희망이 모이고 모인다면 극복할 무엇이 있지 않을까 싶었죠. 거창할 수도 있지만 희망을 꼭 얘기하고 싶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미 개봉을 했고 언론 보도와 홍보에서 여러 차례 언급이 됐기에 한 감독도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바로 극중 빌런으로 여겨지는 배우 임시완의 존재감이다. 임시완은 이 영화 속 사건을 만들어 내는 인물이자 시작이며 끝이다. ‘비상선언의 테러와 재난 상황에 대한 모멘텀이 되는 존재인데, 임시완에 대한 연기 극찬을 당연히 쏟아지고 있지만 그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도 의외로 많았다.
 
우선 명확하게 해야 할게, 테러가 아니라 전 재난이라고 생각해요. 재난은 왔다가 가는 거잖아요. 머물러 있지 않잖아요. 그런 의미로 접근하자면 임시완이 재난이거든요. 재난의 상징 같은 존재로 생각했어요. 재난은 자연 재해와 같이 아무 이유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라 봤죠. 드라마 미생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의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을 보고 팬이 됐죠. ‘저렇게 착해 보이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나 범죄자로 나오면 어떨까싶었고, 그 상상에서 출발한 게 이번 영화 속 임시완이에요.”
 
영화 '비상선언' 360도 회전 비행기 짐벌 세트. 사진=쇼박스
 
워낙 화려한 출연 라인업으로도 화제를 모은 비상선언이다. ‘칸의 여왕전도연이 무려 이 영화에선 조연이다. 한재림 감독은 모든 출연 배우들 가운데 이 배우를 꼽으며 출연을 거절하면 이 영화를 포기하려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데뷔작 우아한 세계 900만 흥행작 관상을 함께 한 송강호다. 그는 극중 송강호가 연기한 인호란 인물을 결코 단순한 캐릭터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배역은 송강호가 하지 않으면 안될 배역이라고 규정하고 시작했다고.
 
처음부터 강호 선배가 안 하면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영화가 맞아요. 강호 선배가 맡은 인호가 되게 평범해 보이는 데 사실 진짜 레이어가 많은 어려운 배역이거든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정말 많은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이끌어 내야 하는 배역이에요. 인호가 극중에서 어떻게 또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느냐에 따라 비상선언전체의 균형이 잡힌다고 판단했거든요.”
 
배우들의 존재감, 해당 배역에 맞는 주요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했다. 하지만 진짜는 남아 있었다. 바로 비행기다. ‘비상선언은 항공기 재난 상황이 주요 동력이다. 그리고 항공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지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교차하면서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가게 된다. 때문에 전체 러닝타임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행기 내부가 무조건 필요했다. 할리우드 쪽으로 문의해 실제 비행기를 뜯어서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 100여명 가까운 배우들이 직접 타고 세트 자체를 360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재림 감독. 사진=쇼박스
 
뭔가 꾸며진 듯한 느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비행기 세트 내부 촬영을 할 때는 외부에서 촬영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 감독님이 직접 타서 찍었어요. 360도 회전 장면에선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찍으셨으니까요(웃음). 조종석 내부 버튼들이나 승객들이 앉아 있는 좌석 등 모두가 실제에 기반해서 만든 것들이에요. 세트 자체도 당연히 실제 폐기 처리된 비행기를 뜯어온 것이니.”
 
한 감독은 비상선언을 테러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라고 규정했다. 재난 영화로 규정된 비상선언에는 동종 장르 영화의 제작 공식처럼 등장하는 신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호불호를 가르는 기준이라면 너무 가혹한 경계다. 순제작비 250억 수준의 영화가 신파하나로 평가 절하되기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재미와 의미가 너무도 크게 깊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한 후라면 그 지점을 분명 다르게 볼 것이다.
 
한재림 감독. 사진=쇼박스
 
우리 영화를 그저 재난 영화의 범주 안에서 관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양한 피드백은 당연히 존재하고 모든 관람 평가를 존중합니다. 코로나 이후 걸리고도 바깥에 나가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에 걸린 것 아닌가 생각만으로도 집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분들도 있잖습니까. 현실 세계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하듯이 비상선언도 그런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그런 다양함이 모두 이해되는 것을 바라는 게 비상선언을 연출한 제 생각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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