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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 좋은 일"…전기차 확대에 반기든 유럽
독일·영국 등 보조금 폐지
중국에 주도권 뺏기자 위기감 커져
2022-08-07 09:00:00 2022-08-07 09: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 전환에 앞장서던 유럽이 달라졌다. 일부 국가는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했고 내연기관차 생산 지속과 함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독일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한다. 지금까지는 최대 6000유로(약 800만원)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내년에는 4000유로(약 530만원), 2024년에는 3000유로(약 400만원)만 지급한다. 2026년에는 보조금 지급이 아예 종료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토마스 클라인 대표가 2022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벤츠 코리아)
 
영국은 2011년부터 시행해온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최근 종료했고 노르웨이는 지난 5월 전기차 통행료·주차료 할인 등 혜택을 대폭 줄였다.
 
이들 국가들은 대체로 전기차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위기의식이 유럽 내에서 커지면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428만5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자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으로 121% 증가한 247만4000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반면 유럽은 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제조사별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323% 급증한 64만7000대를 판매해 테슬라(57만5000대)를 넘어 1위에 올랐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도 중국 천하다.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상위 10곳 업체들이 차지했는데 이중 6곳이 중국 업체다. 배터리 원자재 시장도 대부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및 원자재에 대한 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전기차 산업을 다시 돌아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를루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4~2025년 전기차 배터리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2027~2028년에는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부족으로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39.6% 늘어난 7만7975대의 전기차를 팔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가 반기를 들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란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은 미국, 우리나라에 비해 전기차 개발을 늦게 시작했고 자체적인 배터리 제조사가 없다"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의 완성도는 세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전기버스와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판매량 1275대 중 중국 브랜드는 480대로 37.6%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전기버스는 2019년 143대에서 2020년 343대 등 3년 만에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비중도 26.1%, 34%로 확대됐다. 또 국내 유통되는 초소형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산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플랫폼과 배터리까지 중국산으로 채워지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국고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버스의 경우 올해 보조금이 최대 7000만원, 초소형 전기차는 차량 종류에 관계없이 400만원 정액 지원된다. 여기에 지차별로 500만~70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산과 수입산에 차별 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국산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울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의 실익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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