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중정·안기부의 부활?…다시 정치로 뛰어든 국정원
국정원, 전임 수장 고발 놓고 당사자·야권 "정치개입" 강력 반발
유례 찾기 힘든 정보기관의 수장 고발…"오욕의 역사 떠올라"
입력 : 2022-07-07 16:23:01 수정 : 2022-07-07 18:31:56
서훈(왼쪽)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이 지난해 2월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가정보원이 전직 수장들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에, 당사자와 야권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국정원의 전신으로 과거 군사독재를 앞장서서 옹호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부활이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다시 현실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국정원이 전날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하루 만에 각각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에 배당하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보고서 등을 삭제했다며 국정원법상 직원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를, 서 전 원장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의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했다며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또 제가 보았다고 하더라도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한 뒤, "과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그런다. 자기들이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국정원을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를 규탄했다.
 
박종철 열사 31주기인 지난 2018년 1월14일 오후 박 열사가 고문을 받고 사망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실에 박 열사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역시 전날 오영환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같은 기조로 "국정원의 고발건은 정치 개입으로, 국정원이 다시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암약하던 오욕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며 "국정원에 전임 원장들을 고발하도록 하는 자해행위를 강요하다니 참 잔인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안보를 책임지는 군과 해경을 정치의 수단으로 동원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 정보기관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며 "국정원이 권력자의 '맥가이버칼'처럼 쓰였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로 역사가 후퇴하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 그지 없다"고 했다.
 
야권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를 최전방에서 철벽방어했던 안기부(옛 중앙정보부) 오욕의 역사를 뜻한다. 전두환 재임 시절 안기부는 검찰, 경찰 등과 관계기관대책회의에 참여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에 관여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가 하면, 프락치를 심어 대학생과 노동조합 등을 감시했다. 또 당시 수업내용을 핑계 삼아 교사 상당수를 구속하기도 했다. 중정은 이보다 더했다. 악명 높은 '남산'으로 불리며 그 잔혹함을 만 천하에 떨쳤다. 고문으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고초를 겪기도 했다. 중정과 안기부 모두 정치공작으로 정적들과 재야 인사들을 탄압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국가 정보기관이 전임 수장을 고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고발 건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고 유치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국가정보원 청사. (사진=국가정보원 제공, 뉴시스 사진)
 
야권은 이번 국정원의 정치 개입 신호탄이 곧 전임 정부를 향한 정치보복의 연장선이며,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를 조준한 수사에 돌입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에 이어 여성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사는 여기에 그치질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좌절됐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형 비리는 모조리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버겁다. 
 
여권은 정치보복설을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직 국정원장 고발 건에 대해 "저희도 국정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고 내용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다면, 다시 말해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다면,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형동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번 고발로 국정원은 '정권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의 수단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늦었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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