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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재료 노출?…무증 테마 탑승에도 급락한 '원준'
무증 공시 이후 이틀새 15% 하락
종토방 "전국민 다 아는 무증"…공시 후 '재료소멸'
거래소, 무성한 소문에도 조회공시 요구 왜 안했나…역할 논란
2022-06-27 06:00:00 2022-06-27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닥 상장사 원준(382840)이 무상증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해 사전재료 노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급락장세에서 무증 관련주들은 테마주 성격을 띠며 무증의 '무'자만 들어가도 급등하는 모양새를 나타냈으나 원준은 오히려 급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무증 공시 전부터 이미 관련 풍문이 돌았단 점에서 무증 공식 발표가 재료 소멸로 인식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열흘도 더 전부터 무증을 실시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상장사 주요 이슈인 무상증자 풍문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가 기업에 해당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조회공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거래소의 역할론도 일고 있다. 거래소는 기업 경영의 주요사항에 대한 풍문이나 언론 보도가 있을 경우, 기업에 사실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책임이 있어서다. 최근 무상증자가 일종의 테마처럼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거래소의 관련 공시 기능에도 일관된 기준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증 발표에도 급락한 원준…전국민은 이미 알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원준은 전일 대비 3400원(2.83%) 내린 11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준은 23일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무증 소식 이후 주가는 오히려 12.34% 하락했으며, 이튿날에도 약세를 지속했다.
 
최근 무증을 발표한 기업들은 테마주의 양상을 띠며 주가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달 무증을 발표한 케이옥션은 발표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조광ILI과 공구우먼도 이틀 연속 상한가를 터치했다. 지난달 무증을 발표한 노터스는 6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때문에 최근 무증 기업과 다르게 원준이 급락한 이유로는 사전재료 노출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미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높은 비율의 무상증자 기대감이 흘러나와서다. 원준의 종목토론방에서는 열흘도 더 전부터 무상증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심지어 1000% 무상증자설까지 올라왔다.
 
주가도 종목토론방에서 무상증자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 7일 이후 11만2300원에서 16일 14만4100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14일 하루에만 19.9% 급등하기도 했다. 무증 기대로 주가가 선반영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원준 종목토론방 화면. 사진=캡쳐
 
주가는 롤러코스터…거래소 조회공시는 감감 무소식  
 
하지만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십수일 간 한국거래소는 단 한차례도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의 중요 사항이나 그에 준하는 정보에 대해 풍문이 돌거나 언론의 보도가 있을 경우 거래소는 기업에 사실여부에 대해 답변(조회공시)을 요구할 수 있다. 오전에 요구가 있으면 기업은 당일 오후까지, 오후에 요구가 있으면 다음날 오전까지 답변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조회공시 관련해서 종목게시판까지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거래소 세칙에 따르면 공식적인 경로로 거래소가 직접 수집한 내용이거나 기관 등에서 첩보를 받은 경우, 그리고 언론 보도가 나간 경우 등에 한해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종목토론방에서는 주주들 사이의 기대감만으로 근거 없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사실 근거가 빈약한 데다 조회공시 후 거래가 정지되면 다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업 내부의 중요사항을 미리 알고 주식매매가 이뤄졌다면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시장감시나 불공정거래 파트에서 조사하고 제재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투는 되고, 원준은 안된다?…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투(257720) 공시와 비교하면 공시 요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거래소는 풍문이 돌대로 돈 원준에 대해선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은 반면 대외적으로 무증 계획이 노출되지 않은 실리콘투에는 '무상증자 검토' 공정공시를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투는 지난 21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를 통해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등 계획 없이 '검토' 사실이 공시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무증 검토 공시만으로 실리콘투 주가는 당일 상한가까지 올랐으며 2거래일 간 37.04% 급등했다. 공정공시를 통한 공시는 이후 계획을 철회해도 의무공시에 비해 거래소 규정이 느슨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의 무증 계획이 대외적으로 노출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기관투자자 등 일부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면 거래소에서 공정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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