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테라·루나 폭락, 권도형 대표의 자만이 낳은 참극
입력 : 2022-05-17 06:00:00 수정 : 2022-05-17 14:17:51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발행한 테라 스테이블 코인과 자매코인 격인 루나의 동반 폭락하면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주일 전만해도 10만원대에 거래됐던 루나의 가격은 1원대로 추락했다. 일주일만에 10만분의1로 쪼그라든 것이다. 
 
한때 '한국의 머스크'라 불리며 암호화폐 업계의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는 '큰 손'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그는 이번 폭락 사태로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며 고개를 수그려야 했다. 특히 그가 만든 테라, 루나 코인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보였던 그의 거만함이 이런 참극을 낳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루나의 폭락은 테라USD(UST)의 페깅(고정)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UST는 미국 달러화에 일대일로 고정돼 1달러를 유지하도록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UST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팔아 UST를 사들여 달러화 가치와의 고정을 유지한다. 
 
보통 테더, USD코인 등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전통적인 화폐나 금과 같은 상품에 고정시켜 투자자들의 신뢰를 가지고 가는데 이 테라 코인은 특이하게 가치를 담보하는 게 자매코인인 루나였다는 점에서부터 위험성이 있었다. 금리 인상과 같은 글로벌 금융당국의 긴축 기조가 시작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대형 투자자의 매도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UST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이 일어났는데, 1달러 유지를 위해 루나를 계속 발행하는 데도 매도가 이어지다보니 UST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기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에 말려들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사단이 나기까지 투자자들이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유명 투자자들은 권 대표 트윗에 글을 남기며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권 대표는 공격적이고 조롱하는 듯한 답변을 남기며 자신의 테라 생태계에 무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한 경제학자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이들과 토론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에게 적선할 잔돈이 없다(I don’t debate the poor on Twitter, and sorry I don’t have any change on me for her at the moment)"고 답했고, 테라 생태계의 우월성을 자신하며 "내 손에 다이코인은 죽을 것이다(By my hand $DAI will die)"라는 트윗을 남기는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월 앵커프로토콜의 20% 이자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당신의 어머니(Your mom, obviously)"라고 비꼬기도 했다. 테라 생태계를 믿고 맡긴 투자자들의 눈에도 그의 태도는 더할 나위 없이 거만해 보였을 것이다.
 
권 대표는 일주일 전 한 해외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기업이 향후 5년간 얼마나 남을 것이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95%는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권 대표는 본인이 만든 발명품(루나)의 몰락도 예견하고 있었을까. 투자자들은 현재 루나·테라의 폭락에 권 대표의 의지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보내고 있는데, 그가 예견했든 아니든 간에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라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권 대표는 과거 가격 방어를 위해 4조5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 코인으로 책임감 있는 보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권 대표는 뒤늦게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며 10억개 신규 토큰을 루나와 UST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소유권을 재구성해 시스템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을 알렸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게다가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과 다르게 투자자들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다. 루나와 테라의 문제점은 사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알아봤다면 조금이라도 의심해볼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코인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면 투자를 멈추는 일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유럽,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방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관련 규제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탈중앙화된 속성을 띠는 암호화폐 영역은 아직까지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는 만큼 현재로선 점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루나 폭락에 국내 거래소가 투자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조치를 내린 시일에도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폭증한 것을 보면, 암호화폐 시장 혼란은 앞으로도 다른 방식으로 또 이어질 것이다. 루나, 테라 폭락 사태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강한 경고를 주는 계기가 됐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지 말라는 말처럼 누가 이득을 봤다고 쉽게 덤벼들게 아니라 호황일수록 좀더 의심하고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실패의 수습은 개발자가 아닌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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