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분개한 홍준표 "숨겨진 진실"로 역공…이면거래 있었나
5시간 동안 4차례 페이스북에 토로
"구태로 까발리고 모략…내가 공천 두 자리로 소신 팔 사람이냐"
2022-01-21 13:39:24 2022-01-21 13:39:24
[뉴스토마토 민영빈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원팀 무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며, 물밑에서 다뤄졌던 공천 요구를 '구태정치'로 낙인 찍는 것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5시간 동안 4번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날 오전 전개됐던 글의 순서대로 그의 감정을 쫓아본다. 홍 의원은 첫 글에서 "문제의 본질은 국정운영 능력 보완 요청과 처갓집 비리 엄단 요구에 대한 (윤 후보의)불쾌감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비난할 수 없으니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아 윤핵관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듯 홍 의원은 "내가 공천 두 자리로 내 소신을 팔 사람이냐"며 "내가 추천한 그 사람들이 부적합한 사람들이냐"고 따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배신감도 토로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사전 의논 없이 공천 추천을 해줬는데, 그걸 도리어 날 비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데, 이용 당하는 사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윤 후보와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종로 출마를 사전에 논의한 사실은 없다"며 "정권교체에 집중할 시기"라고 언급, 홍 후보와 궤를 달리 했다.
 
홍 의원은 특히 "불편한 진실은 회피한다고 덮혀지는 것이 아니다"며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선거캠프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어 2시간도 안 돼 또 다른 글이 올라왔다. 홍 의원은 두 번째 글에서 "아무리 정치판이 막가는 판이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당내 현안을 논의한 것을 공천요구 구태로 까발리고 모략하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논의할 수 있겠나"며 불편함을 거듭 드러냈다. 앞서 특유의 직설적 화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지 2시간도 안 돼 재차 같은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적은 것이다. 
 
홍 의원은 "대구 이진훈 후보야,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재형 원장이 어찌 내 사람이냐"며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 공천 추천을 선대위 합류 조건을 둔갑시키고 대선전략 논의를 구태로 몰아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외 대선전략 논의는 왜 공개하지 못하냐"고 따진 뒤 "참 유감스런 행태"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문제가 세간의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대선에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1시간도 안 돼 세 번째 글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선대위 합류 무산을 두고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윤핵관들의 언론 대책은 2018년 6월 위장 평화 지선(지방선거) 때 문정권이 나를 모함할 때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숨겨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앞서 "불편한 진실"에 이어 재차 거론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후보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주고받은 일종의 '이면거래'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때 '설마 그럴리가' 하곤 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참 음흉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40여분도 안 돼 마지막 글이 올라왔다. 홍 의원은 "아무런 이견도 없었던 두 시간 반 동안의 화기애애한 만찬이었다"며 "공천 추천 문제는 막바지에 가서 1분도 소요되지 않았고, 그외 향후 대선 전략에 많은 것을 논의했던 보람된 만찬이었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런데 이튿날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잠깐 제안했던 합류 조건도 아닌 공천 추천 문제를 꼬투리 잡아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공격하고, 순진한 최재형 전 원장까지 동원해 나를 비난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합의 결렬의 원인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모함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9일 홍 의원은 윤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선대본 합류를 조율했다. 홍 의원은 선대본 상임고문 합류 조건으로 국정운영 능력 담보와 처갓집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또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서울 종로,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대구 중·남구에 전략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 사람 심기'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처했다. 두 사람 모두 경선 당시 홍 의원을 도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과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즉각 '구태정치'로 규정하며 거부의 뜻을 명확히 밝혔다. 권 본부장은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 하에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을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 상식을 통해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압박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선대본 합류 무산에 대한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며 불쾌한 감정을 토로한 글을 연달아 올렸다/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민영빈 기자 0empt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