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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마이 네임’ 한소희 “저 같지 않단 말 너무 기분 좋아요”
“내 한계 어디 일까, ‘스스로에게 미션 줘보자’란 심정으로 액션 준비”
“이학주 ‘친오빠’, 장률 ‘사촌오빠’, 안보현 ‘동네 친한오빠’ 느낌이었다”
2021-10-22 00:04:00 2021-10-22 00:04: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과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드라마 부부의 세계불륜녀캐릭터가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가녀린 이미지에 긴 헤어스타일은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최근 전 세계에 신드롬 행진을 이어가는 OTT플랫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을 공개했다. 한 소녀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남성들을 차례차례 굴복시키는 통쾌한 복수극이다. 상상을 초월한 액션 수위가 먼저 눈에 띈다. 웬만한 남자 배우들도 쉽게 소화하기 힘든 액션 수위가 시즌1 1화부터 8화까지 이어진다. 주인공 윤지우를 연기한 여배우는 살인 기계또는 인간 병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침없이 나쁜 놈들을 쓰러뜨려나갔다. 그런데 윤지우를 연기하는 이 여배우, 낯이 있다. 앞서 언급한 부부의 세계불륜녀와 어딘지 이목구비가 비슷하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불륜녀를 연기한 여배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에서 주인공 윤지우를 연기한 여배우는 동일 인물이다. 배우 한소희다. 두 작품을 모두 본 모두가 사실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한소희는 그만큼 마이 네임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가장 최고의 찬사를 이미 받았다고 웃는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란 이름은 최근 ‘D.P.’ 신드롬에 이어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까지 일궈내며 K-콘텐츠 대명사처럼 들릴 정도다. 이제 그 자리는 마이 네임이 대신할 듯하다. 한소희는 전작들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가녀리고 가냘픈 여성 배역들이 전부였다. 예쁘장한 외모와 부러질 듯한 몸매가 당연히 그런 배역으로 한소희를 이끌었다. 그래서 더욱 더 마이 네임출연 결정이 의아스러웠다.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넘게 지나서 그때의 세세한 기억이 날지 모르겠어요(웃음). 근데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요. 너무 여성스럽고 수동적인 배역만 맡아 왔는데 그래서 액션에도 좀 관심을 가져 봤죠. 근데 제가 운동자도 모르는 몸치였기에 그냥 관심 뿐이었어요. 근데 그런 때에 마이 네임제안이 왔어요. 여성 중심 서사에 끌렸지만 무엇보다 주변 상황과 인물에 흔들리지 않고 목적을 향해 전진하는 저돌적인 면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그런 저돌적인 면이 너무 마음에 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였지만 그럼에도 한소희에겐 넘어야 할 산이 분명히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한소희가 어떻게 마이 네임속 인간병기 윤지우를 연기해야 할까였다. 윤지우는 전문 싸움꾼 건달 십여 명이 달려들어도 단숨에 제압하는 말 그대로 인간 병기같은 인물이다. 이런 모습을 위해 한소희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액션 스쿨을 다녔다고.
 
저 스스로에게 미션을 줘보자 싶었어요. 내 한계가 어디일까 알아본 계기로 삼고 싶었죠. 액션 스쿨은 3~4개월 정도 다닌 것 같아요.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실제 촬영 때는 부담이 없었어요. 배울 때도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게 겁을 먹지 말라였어요. 제 성격이 뭐에 빠지면 물불 안가리거든요(웃음). 그런 성격이 장르하고도 잘 맞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근데 시즌2가 결정되면(웃음) 그 액션을 다시 해야 하는 거죠? 하하하. 그땐 초능력이라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이렇게 강력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증량은 필수였다. 제작 발표회 당시 화제가 됐던 10kg 증량은 그래서 마이 네임공개 전까지 두고두고 팬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소희는 너무 부끄럽고 또 수정돼야 할 부분이 있다며 손사래였다. 정말 엄청나게 운동도 많이 했고 그만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도 잘 먹어서 체중도 많이 불렸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다시 웃었다.
 
아니(웃음) 그게요. 제작발표회 당시에 제가 근육으로만 10kg를 불렸다고 잘못 알려져서요. 화면 보시면 얼굴이고 몸매고 되게 통통하게 살이 바짝 오른 모습으로 나오잖아요. 하하하. 제가 부부의 세계촬영 끝나고 나서 44~45kg 정도였어요. 근데 곧바로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연습을 하니 너무 힘들고 그래서 먹는 양이 확 늘었죠. ‘마이 네임촬영 직전에 54kg까지 불었어요. 근데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10kg가운데 지방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하하하.”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다시 액션 얘기로 돌아오면, ‘마이 네임 1화부터 마지막 8화까지 한소희가 연기한 윤지우의 액션이 스토리이면서 전개 과정의 동력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건 반대로 얘기하면 액션으로만 가득 찬 이야기가 빠진 껍데기 영상이란 말도 된다. 이런 우려는 한소희와 연출을 맡은 감독 모두가 인지하고 있던 지점이었다. 하지만 그걸 채우기 위해 두 사람은 촬영 당시 이런 방법을 끌어왔다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매 순간 하신 말씀이 계산하지 말아라였어요. 배우들은 보통 이 캐릭터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1화부터 8화까지의 변화를 계산하고 이쯤에선 이 정도일 듯하다. 이렇게 나가는 게 정상일 듯 한데. 그냥 씬 바이 씬으로 만 생각하게 해주셨어요. 특히 현장에서 절 지우가 아닌 소희로 부르시면서 소희라면 어떻게 하겠냐를 계속 물어 보셨어요. 지우 입장이 아닌 실제 내 입장에서 생각을 하니 매 장면마다 집중하는 농도가 달라졌고 그게 화면으로 나온 것 같더라고요.”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한소희의 윤지우가 살아 숨쉬는 마이 네임으로 탄생한 것은 현장에서 그와 함께 했던 네 명의 남자 배우들의 몫도 크다. 조직의 보스이자 살벌한 카리스마를 드러낸 박희순, 박희순의 오른팔로 등장한 이학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밉상에서 가장 따뜻한 면모를 드러낸 안보현, 그리고 이번 마이 네임최고의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연기한 장률까지. 모두가 한소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학주 오빠는 친오빠그리고 률 오빠는 사촌오빠그리고 보현 오빠는 동네 친한 오빠같은 느낌이었어요(웃음). 진짜 다들 너무 좋은 오빠들이고 너무 좋은 동료들이었죠. 거기에 마지막으로 희순 선배님은 우리 독수리오형제의 리더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가운데에서 한 분을 특히 꼽자면 률 오빠와 초반에 대립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때 저도 놀랐던 게 률 오빠가 진짜 너무 순하거든요. 근데 카메라 돌아가니깐 그런 못된 얼굴과 욕이 나오는데. 저도 갑자기 확 집중이 되고. 암튼 되게 신기한 경험을 했었어요.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에요.”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한소희는 마이 네임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유의미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정에서 여러 반응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신기하고 또 신기하기만 하다고. 하지만 그가 처음 마이 네임출연을 결정하고 꼭 듣고 싶었던 칭찬이 있었는데 그걸 댓글을 통해 본 다음 너무도 뿌듯했던 기억에 스스로를 칭찬해 줬다며 웃었다.
 
주변에서도 그랬고 마이 네임감상평 중에 한소희 같지 않다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해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저 스스로가 제 이미지를 넘어섰단 게 너무 기분 좋았어요. 주변에서 자꾸 외모에 대해 말씀 들을 많이 하세요. 근데 제게 외모는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해요. 외모가 아닌 저만 아는 저의 다른 면들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이 네임이 확실하게 동기가 된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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