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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킹덤: 아신전’ 김은희 작가 “몇 년전만 해도 김 감독과 신세한탄”
“전지현 아니면 대안 없었다. 거절하면 바짓가랑이 붙잡고 애원하려 했다”
“‘킹덤3’ 대략적 흐름 결말 등 ‘이랬으면 한다’같은 전체적인 틀 구상 완료”
2021-08-03 00:00:02 2021-08-03 06:42:3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난 재능이 절대 없는 사람이구나라며 신세 한 탄을 해왔었단다. 그저 성공한 사람들이 속없이 하는 애기가 아니다. 정말 실제로 그랬단다. 내놓는 것마다 유의미한 소득이 없었단다. 이제는 이쪽 일을 접어야 하나 싶어서 고민을 하던 찰나였다. 몇 개의 작품이 조금씩 잘되고 흥행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성격상 뭔가 들뜨는 그런걸 느끼는 천성이 아닌 듯 했다. 그저 그것마저도 기회가 왔다고 감지했다. 자꾸만 쓰고 또 썼다. 지금 안 쓰면 이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그렇게 미친 듯이 쓰고 또 쓴 작품들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빼어난 수작으로 남게 됐다. 지금도 속편을 기다리는 최고의 작품 중 한 편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는 진짜 꼭 써야겠다고 싶었던 그것에 손을 댔다. 꽤 오래 전부터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얘기였다.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료 연출자가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해보자하며 썼다.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에 제안을 했다. ‘당연히 안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예상은 뜻 밖이다. ‘합시다란 명쾌한 답변이 왔단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최근 킹덤: 아신전을 내놓은 김은희 작가의 지난 몇 년이다.
 
김은희 작가. 사진/넷플릭스
 
킹덤은 오롯이 작가 김은희가 창조해낸 세계관이다. 조선에서 벌어지는 좀비들의 물결. 누가 들어도 황당하고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만 그걸 김은희가 쓴다고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미 시즌1과 시즌2까지 공개됐다. 전 세계에 넷플릭스 그리고 K-콘텐츠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이제 김은희는 킹덤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중요한 열쇠 몇 가지를 공개한다. 그 첫 번째가 킹덤: 아신전이다.
 
이번 얘기는 스페셜 에피소드죠. 외전 성격이 강한데. 시즌1은 아니고 시즌2 중반 쯤이었을 거에요. 전지현이란 배우가 연기한 아신은 누구일까. 그리고 생사초가 차가운 성질을 가졌으니 북방에서 온 풀이 아닐까. 몇 개의 의문을 갖고 저 스스로 접근을 해 봤어요. 북방에 있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인물. 그 인물에겐 뭐가 있을까. ‘맺힌 사연? 그럼 어떨까. 그렇게 얘기가 흘러갔죠.”
 
아신은 시즌2 마지막화 제일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캐릭터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랐었다. 단 한 장 면이었다. 전지현이 모습을 드러냈던 그 장면은 킹덤의 세계관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아니면 시즌3를 위한 단순한 깜짝 쇼인지 궁금해질 정도였으니.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킹덤: 아신전은 킹덤 전체 세계관의 구체성을 띄게 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됐다. 전지현의 합류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김은희 작가. 사진/넷플릭스
 
아신은 전지현 외에는 대안을 두지 않았던 캐릭터에요. 그래서 안 해주신다면 바짓가랑이라도 가서 잡고 애원할 생각이었어요(웃음). 영화 암살베를린에서의 슬픈 눈빛이 너무 좋았었어요. 저 배우가 아신을 연기하면 뭔가 깊은 슬픔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죠. 결과적으로 화면에 완성된 전지현의 아신은 근엄하기까지 했어요. 액션도 너무 멋지고, 특히 벌판을 달리는 장면은 칼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킹덤: 아신전은 시리즈가 아니라 단 1회 만에 막을 내리는 외전이다. ‘킹덤본편 자체가 속도감이 빠르고 액션이 거칠다 보니 이번 킹덤: 아신전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를 것 같다. ‘킹덤: 아신전은 액션의 화려함 그리고 비주얼적인 측면보단 아신이란 인물 자체의 내면 그리고 이란 정서에 보다 더 집중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일반적인 드라마 요소와도 좀 다르다. 김은희 작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다크함이다.
 
맞아요.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제가 쓴 작품 가운데 가장 어둡고 날이 선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기획 의도 자체가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색깔의 얘기가 나온 것 같아요. 아신은 누굴까. 왜 한을 갖게 됐을까. 고민이 그런 쪽으로만 가다 보니 극한의 감정을 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아신이 선인가 악인가는 의미가 없어요. 전 개인적으로 완벽한 선도 악도 없다고 보거든요. 킹덤 속 인물들은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향해 달려갑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향후 아신킹덤세계관에서 주도한 역할도 궁금하다. 작가에게 묻고 싶은 가장 궁금한 지점이다. ‘킹덤세계관을 창조해낸 김은희 작가로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질문이다. 반대로 킹덤을 기다리는 팬들로선 이번 외전부터 앞으로 이어질 본편 시즌3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이미 인터뷰 전 또 다른 외전 세자전제작이 확정 발표됐다.
 
아신전 마지막 장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신의 역할이 킹덤 전체 세계관에서 중요한 건 이제 아실 것 같고요(웃음). 세자인 이창 일행이 남쪽에서 점차 북쪽으로 따라 올라가고 있는데 아신은 북쪽에 버티고 있고. 아마도 이창 일행의 성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요소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북방의 벌판에 퍼진 역병의 발발 그리고 각자의 역할과 시너지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기대해 주세요.”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구축해 낸 킹덤세계관 1등 공신이자 동반자로 김성훈 감독을 꼽았다. ‘킹덤세계관은 자신이 쓴 것이지만 자신이 만들었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각적 완성은 사실 오롯이 김성훈 감독이 그려낸 결과물이다. 김은희 작가는 당연히 이런 평가를 수긍했고 지금도 김성훈 감독을 최고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꼽는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김성훈 감독과는 정말 오래됐어요(웃음). 예전에 제가 쓴 드라마 스코어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고민할 때 김성훈 감독도 첫 영화가 크게 실패했던 시기였어요. 둘이 맥주 마시면서 신세한탄 하던 시기였어요. 근데 차기작으로 김 감독이 끝까지 간다를 내놓고 큰 성공을 했는데, ‘이 사람 속에 이런 과격함이 있나싶었을 정도로 놀랐었죠. 그때 놀란 지점이 킹덤까지 오는 동력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굳이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 뭘 원하는지 다 알아요(웃음)”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3’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킹덤: 아신전부터 시작해서 각각의 인물이 어떻게 시작이 됐고, 또 그 인물들이 킹덤 세계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구상 중이며 그런 과정이 끝나고 나면 시즌3를 통해 좀 더 큰 세계가 펼쳐질 듯하다. 김은희 작가는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의 구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다 아시잖아요(웃음). 확정된 게 없으니 말씀 드리기도 그렇지만 저 혼자만의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시즌3의 대략적인 흐름과 결말은 이랬으면 싶다는 구상은 마친 상태에요. 거대한 역병이 드넓은 평야에서 펼쳐지면 어떤 광경이 나타날까 싶어요. 아신은 모두가 죽길 바라는 인물이고, 이창은 모두가 살길 바라는 인물이잖아요. 우선은 여기까지 입니다(웃음)”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킹덤 시즌3’ 그리고 또 다른 킹덤 외전 공개 전에 김은희 작가는 자신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시그널속편도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올 하반기 tvN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지리산도 앞두고 있다. ‘지리산은 공교롭게도 킹덤에서 격돌하는 전지현과 주지훈이 남녀 주인공이다. 어떤 내용인지는 아주 살짝 귀띔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시그널은 아직도 요청하시는 팬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꼭 해보고 싶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고 싶은 욕심과 의지가 있지만 작가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건 아니라. 여건을 먼저 꼭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아신전보다 제작이 먼저인 작품이에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 커서 레인저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그걸 상상하고 보시면 흥미로우실 거에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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