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합참 '코로나19 대응지침'은 군사기밀인가
입력 : 2021-07-23 06:00:00 수정 : 2021-07-23 06: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청해부대)는 우리나라 최초 전투함을 중심으로 편성해 아프리카에 파병된 부대다. 이 부대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FM)와 공조해 해적 차단 및 테러 방지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아데만 여명 작전' 수행으로 한국인 선원 8명 구출에 성공한 청해부대는 '아데만의 영웅'으로도 불린다.
 
지난 20일 국가수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청해부대로 파병을 떠난 장병 301명 중 90%인 270명이 감염병 확진 판정을 받고 귀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청해부대는 국제연합(UN) 결의로 파병이 결정된 부대지만,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가 작전지휘권과 부대 관리를 맡고 있다. 합참은 청해부대 파병장병의 집단감염 사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합참은 이번 청해부대 집단감염 발생과 관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청해부대 중도 귀환 사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합참의 청해부대원 방역관리는 사실상 '무장해제' 수준이었다. 지휘책임에 대한 규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초 합참의 청해부대 백신공급 계획은 없었다. 이번에 귀국한 청해부대원들은 지난 2월 8일 출항한 바 있다. 당시 카투사를 제외하고 국군장병에 대한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때라 계획이 없었던 것은 그렇다치자. 문제는 지난 5월부터다. 군 장병 백신접종을 시작할 당시 파견부대 백신공급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밀폐된 함정에서 집단생활하는 청해부대원 특성상 백신접종 최우선 대상자로 분류해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합참은 지난해 12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하라는 국방부 지침도 무시한 채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출항시켰다. 또 부대 내 감기증상자가 최초로 발생한 지 8일 만에 합참에 늑장 보고된 것도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해 드러났다. 
 
수뇌부들은 유유자적 백신을 접종하면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카드뉴스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한 해명만 늘어놨다. 국방부가 배포한 카드뉴스에는 "출항 일정상 예방접종은 불가했다", "이상반응 응급상황 대처가 제한된다", "백신 보관기준을 지키기 어렵다" 등 핑계만 담겼다.
 
오히려 질병청과 '책임 떠넘기기' 논란만 빚었다. 떠넘기기 논란을 인식한 듯 국방부와 질병청은 '해외파병부대에 대한 예방접종과 관련해 구두로 협의한 적은 있으나 청해부대를 특정해 협의한 적은 없다는 모호하고 소모적인 공동입장으로 공분만 샀다.
 
국방부가 22일 착수한다고 밝힌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한 감사에서도 '면피용 셀프조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전문기관과 감염병 전문가 등 외부인사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조처했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다. 그러나 합참의 '코로나19 대응지침 매뉴얼'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언론에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밀의 판단기준은 도대체 무엇인지, 투명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만 키우고 있다.
 
사과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으면 신선한 부분도 결국 썩게 된다. 국방부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등 감사 조직과 구조를 개편하고 공신력 있는 조사에 나서야 한다. 낡은 군 문화는 없애고, 썩은 부분은 도려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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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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