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학대 부모 처벌 이전에 아동 보호가 먼저다
입력 : 2021-06-23 06:00:00 수정 : 2021-06-23 06:00:00
자신의 발로 생후 16개월 정인이의 복부를 밟고 때린 30대 계모는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
 
1심 판결문에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재판부의 참혹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심 재판부는 “헌법상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친부의 아들 질식사, 생후 29일 친딸 폭행사, 의붓딸 성폭행 등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수많은 정인이가 숨죽여 울고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3만45건으로 2015년(1만1715건) 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가 더욱 많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학대는 집안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적발도, 범죄 입증도 쉽지 않다. 게다가 부모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아이의 ‘처벌불원’ 의사는 재판부를 고심하게 만든다. 아이는 자신을 때리고 망치는 부모라도 함께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의사에 따른 현행 아동법상 ‘원가정 보호원칙’ 자체에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학대받은 아이는 살면서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는 때론 자신의 자녀에게 똑같이 발현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만 놓고 봐도 학대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들끓는 여론은 아동학대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꼽지만, 실상은 학대 아동 보호 실패에 있다고 본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선 아동법 관련 법안들을 쏟아내고 자녀체벌 금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대부분은 처벌에 초점을 맞췄을 뿐,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아동학대는 사기 등과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사기 행위의 경우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지는 만큼 처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지만,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 자신의 기분에 따라 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등 충동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고의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선 아이의 희생이 또 한 번 수반된다. 애초에 이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 보호와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학대 받은 아이의 가정 복귀가 아닌 부모로부터의 즉각 분리가 더 시급하다고 본다. 보호아동을 가정으로 안전하게 복귀시키기 위해 민간 전문가 등의 심의를 거치고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이 아이에게 정말 안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안전하게 클 수 있는 위탁시설을 확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의 면밀한 아동학대 사건 진상조사가 동반돼야 한다. 원인 조사는 정부가 직접 맡아야 한다. ‘정인이 사건’에 그쳐선 안 된다.
 
아이에게 부모는 온 세상이고, 그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학대 부모의 ‘친권’ 보다 아이의 ‘인권’이 먼저인 이유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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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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