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몰개성과 무매력
박용준 공동체팀장
입력 : 2021-06-09 06:00:00 수정 : 2021-06-09 14:58:55
기자는 최근 지방의 한 소도시를 자주 가고 있다. 나름 연이 있다면 있는 도시지만, 막 정을 붙일만 하면 한 번씩 발목이 붙잡혔다. 지역 특유의 멋을 기대했는데 서울 아니면 전국 어디서 유행했다는 것들이 조악할 정도로 조잡하게 섞여있는 느낌을 받았다.
 
지역 국회의원이 따온 국비로 만들었다는 수변공원은 조성만 하고 관리를 안 해 바닥 곳곳에 금이 쫙쫙 가 있었다. 새로 심은 하천변 벚꽃길의 어수선함은 그렇다 쳐도 다니는 동네마다 수령이 얼마 안 된 애기 벚꽃을 연이어 보자니 간간이 보이는 사과나무, 이팝나무가 반가울 지경이다.
 
저수지엔 어김없이 출렁다리가 있었다. 집라인도 있다. 분명 수십억원은 들였을텐데 막상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산으로 가면 조각공원도 있다. 매년 대한민국 트렌드를 모아서 보여준다는 책이라도 본 걸까. 
 
무려 혁신도시인 이 도시 인구는 혁신도시 인근 지역에선 늘었지만, 나머지 지역은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혁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을 흉내내 아파트를 올리며 도시계획을 했지만, 인근 다른 지역의 인구를 흡수할 뿐 혁신도시 인구조차 주말이면 서울행 열차를 탄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교외지역으로의 이주가 늘어난다는데 우리는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소멸도시란 말도 더이상 머나먼 미래가 아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 쏠림 현상도 문제지만, 그 많은 음식점과 매장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프랜차이즈거나 요즘 유행한다는 어떤 메뉴를 따라했거나 꼭 이 곳을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매장들이다.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단순히 가까워서 오가다 편하게 들렸을 뿐 그 집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0년대 초반 PC방이 유행하자 전국 어느 동네 할 것없이 PC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몇년 전엔 인형뽑기 가게가 그렇게 생기더니 요즘은 무인아이스크림 가게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렇게 많던 찜닭과 불닭, 와인삼겹살, 스몰비어, 대만 카스텔라 브랜드는 이제 찾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많던 마라탕 가게를 최근에 본 적 있는가.
 
보다 근본적인 건 그 동네만의 개성과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서 히트쳐서 TV에 나오는 스카이워크나 핑크뮬리를 우리 동네에 만든다고 해도 잘해봐야 한철장사다. 아무 생각 없이 KTX 연결한다고 좋아해봐야 서울로 흡수당할 뿐이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것. 오리지널을 찾아야 한다. 남들 따라 하는 건 몰개성, 무매력이다.
 
경북 문경에는 쓰러져가는 200년된 한옥이 있었다. 이 한옥을 철거하는 대신 카페 겸 한옥스테이로 만들어 90년대생 청년들이 운영했다. 청년들은 한옥 건물에 감성 인테리어를 더했고 오미자 에이드, 쑥 라떼 등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메뉴를 개발했다. 인구 7만명인 문경에서 이 곳에만 한 해 8만명이 찾는다. 
 
서울·경기에서 수백km 떨어져도, KTX나 고속도로에서 바로 연결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음식이나 음료가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에, 뷰가 좋고 예쁜 인테리어를 갖고 있다는 소리에 기꺼이 비행기도 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자리나 학교가 거주의 요인 중 하나지만, 이 동네는 어떤 매력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가는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한다. 수도권 사람들이 비수도권으로 간다면 대부분 '또다른 서울'을 보고싶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시골 풍경은, 도시 모습은 복사·붙여넣기한 것 같은 곳들이 너무 많다. 그 지역에 맞는 정취와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개성, 그리고 매력을 만들지 않을까.
 
박용준 공동체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용준

같이사는 사회를 위해 한 발 더 뛰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