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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난간·어두운 조명…현대중 노조 "예견된 사고"
8일 하청 노동자 추락사…"하청에 재하청 구조, 노동자 벼랑 끝으로"
2021-05-10 12:25:52 2021-05-10 12:25:5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반복되는 조선소 내 중대재해를 규탄하며 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일 발생한 하청 노동자 추락사는 부실한 안전장치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안전조치 때문이라며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구속해 계속되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죽음 책임 회피에 한 통속인 현대중공업과 노동부, 검찰은 참사에 책임지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최근 추락 사고에 대해 "물량팀(단기공사팀)에 속한 재해자는 제대로 된 표준작업 지시서도 없이 구두로 작업 지시를 받았다"며 "하청에 재하청, 단기계약 방식이 노동자를 위험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8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9도크 카고오일탱크에서 이동 중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작업장 내 설치된 난간(왼쪽)과 조도 측정(오른쪽) 장면.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노조는 작업장의 조명이 기준보다 어두운 데다, 난간 또한 허술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주장이다. 작업장 조도는 75럭스(Lx) 이상이어야 노동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데, 노조와 안전과에서 측정한 결과 45럭스 수준이었다. 난간은 얇은 구조물 돼 있는 데다 추락을 방지할만한 그물망 같은 안전 설비 또한 없었다.
 
탱크 내부의 경우 2인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고가 난) 공정은 위험한 공정으로 언제든지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공간이었고 예견된 사고였다"며 "필요한 조치만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현대중공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재해자의 신발.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신발이나 장갑 등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사고의 위험이 더 컸다. 이번 사고 노동자 또한 신발 밑창이 닳아 있어 미끄러짐 가능성이 컸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안전화는 1년에 두 번 회사에서 지급하는데 (재해자 신발은) 지난해 12월에 지급한 안전화로 보인다"며 "마스크도 하루 한 개 지급이 안 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건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노동 구조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단기공사업체의 경우 한번에 몇 명이 일하는지 파악이 어려워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고가 발생한) 공사의 경우 건조3부 부서장이 단기로 50인 이하 업체에 계약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며 "이들 업체는 1차 하청업체보다 훨씬 상황이 열악해 안전을 무시한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과 안전보건시스템이 무너진 현실이 매번 확인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현대중공업은 작업장 내 추락 위험이 있는 고소작업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현대중공업 대표자 한영석을 구속,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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