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띄우려다 역풍 맞은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3일만에 종료…무성의한 사과에 이용자 반발
입력 : 2021-05-05 09:28:15 수정 : 2021-05-05 09:28:1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네이버의 '블로그 챌린지 #오늘일기' 이벤트 조기 종료 여파로 돌아선 민심을 쉽게 달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거듭된 사과에도 이벤트에 참여했던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거센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단체 행동에 나서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를 휩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이어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약속 안지키는 네이버 혼내주세요' 청원은 74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네이버가 이벤트 종료를 첫 공지한 지난 4일 자정 즈음 게시됐다. 청원글 게시 초기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동의자 수가 꾸준히 늘며 네이버의 안일한 대응을 질책하고 있다. 네이버의 블로그 챌린지 조기 종료에 항의하는 카페도 회원이 2000명을 넘었다. 이 공간에서는 '집단 소송에 나서자', '별점 테러를 하자', '경쟁사의 블로그로 옮겨가자'는 등 다양한 방식의 집단 행동을 제한하는 의견들이 올라왔으며, 일부 회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일 '블로그 챌린지 #오늘일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별도의 참여신청 없이 5월1일부터 14일까지 PC 혹은 블로그 앱을 통해 매일 1건 이상의 게시물을 업로드하면 됐다. 네이버는 '#블챌, #오늘일기' 등 두 개의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한 줄 이상의 게시글을 3일 연속으로 올린 참가자에게는 네이버페이 1000원을, 10일과 14일 연속 올린 참가자에게는 각각 5000원과 1만원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기로 했다. 보름 동안 매일 글을 쓰면 총 1만6000원의 보상이 생기는 셈이었다. 
 
네이버가 '블로그 챌린지 #오늘일기' 이벤트를 3일만에 조기 종료했다. 사진/네이버
 
파격적인 보상을 내 건 이벤트에 참여자가 크게 늘어난 건 당연했다. 평소 블로그 앱을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블로그를 개설해 챌린지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벤트는 4일차가 되던 날 자정 돌연 종료됐다. 네이버 블로그팀은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을 붙여쓰기 하는 등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았다"고 조기 종료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3일차까지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해당 혜택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일차 이벤트 혜택은 네이버페이 1000원이다. 
 
이벤트 종료의 파장은 예상보다 거셌다. 이용자들은 "당초 네이버가 참여 계정 수의 제한을 두지 않았고 한 줄 이상의 게시물은 모두 인정한다고 했던 만큼 어뷰징 등의 이슈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문제"라며 네이버의 대응을 비판했다. 또한 이벤트 진행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과 달리 종료는 블로그 공지로만 알린 점, 공지 시간 역시 주목도가 낮은 한밤 중인 점 등을 들며 네이버의 안일한 처사를 지적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네이버가 과도한 비용이 소요될 것을 우려해 이벤트를 강제 종료한 것이 아니냐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벤트 초기의 폭발적 반응으로 네이버페이 가입자 확보, 블로그앱 다운로드 증가, 트래픽 증대 등의 실리를 취했으니 이른바 '먹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 측에서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시태그 검색 등으로 추정한 블로그 게시글 수는 1일에만 60만건을 상회한다. 이들이 챌린지를 모두 완수한다고 가정한다면 네이버가 부담해야 하는 총 비용은 약 96억원이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추가 입장문을 공개하며 거듭 사과했다.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안내를 잘 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여러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고 혼란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챌린지 14일 완주를 유지하며 성실히 참여한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했으나 그 역시 한별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조기 종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사용자들과 기존 블로거들을 독려하고자 이벤트를 준비했으나 기획의도와 거리가 먼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벤트 종료를 이용자 탓으로 돌리는 문구를 빼놓지 않아 빈축을 샀다.
 
이에 한 블로거는 "이용자들이 크게 화가 난 이유는 3일 만에 조기 종료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발뺌하고 핑계만 대는 네이버의 태도와 행실에 실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블로거 역시 "차라리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비용 감당이 안된다. 굉장히 송구하다' 같은 납득 가능한 이유를 든 솔직한 사죄문이었더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MZ세대의 트렌디한 소통 도구로 재기하려던 네이버 블로그가 이용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해 흑역사만 남기게 된 상황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블로그의 신규 개설 수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30% 이상이 20대로 구성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말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로그가 일상을 기록하는 트렌디한 매체로 부각되고 있다"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창작툴로서 저변을 확대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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