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짙어지는 '자산 버블' 그림자
입력 : 2021-04-27 06:00:00 수정 : 2021-04-27 06:00:00
이종용 증권부장
석달 전 설 명절 연휴 때의 일이다. 제사상을 차리는 와중에도 친척이 켜놓은 노트북 화면에는 암호화폐 시세 차트가 떠있었다. 초 단위로 가격이 바뀌다보니 한시라도 차트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고 한다.
 
누군가가 "마음 편하게 우량주에 넣어두지 그래"라고 말하자 그는 "이제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오를대로 올라 겁이 난다"고 했다. 반나절 만에 수십 퍼센트 수익률이 왔다갔다 하는 암호화폐에 돈을 넣은 사람이 주식 떨어질까 못 넣겠다고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면 그 역동성의 매력을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단기 수익률 측면에서 주식은 암호화폐를 따라잡지 못한다. 주식 투자에서는 하루 주가 상승폭에 30% 제한을 두는 '상한가'라는 게 있다.
 
반면 지난 2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상장된 '아로와나토큰'은 50원에 시작해 5만3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상장 하루가 채 되지 않아 1000배가 넘는 상승 폭을 기록한 셈이다.
 
또 오전 9시에 개장해서 오후 3시 30분 폐장하는 주식 시장과는 달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은 장 시작시간과 마감시간이 따로 없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밤낮 없이 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이 나온다. 암호화폐에 몰린 투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암호화폐와 주식은 별개의 영역이며 반대급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의 수익폭과 회전율을 경험한 투자자라면 상한가와 같은 주식시장의 규제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를 비롯해 비트코인, 주식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으며 글로벌 자산 시장이 버블(거품)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자산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현재의 자산 버블이 언제 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에선 암호화폐가 단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하락세가 더 크고 가팔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법이나 규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가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4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암호화폐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정부 입장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암호화폐는 도박'이라며 거래소의 폐쇄를 언급한 바 있다.
 
'암호화폐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은 더욱 비극일 수밖에 없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지난 1분기 신규 가입자가 무려 250명에 달한다. 이중 63%가 2030세대였다고 한다. 만약에 ‘벼락거지’가 속출할 경우 그 뒷감당이 우려되고 있다. 자산 가격이 높을수록 거품 붕괴의 고통은 더욱 강하고 길것이라는 경고음을 결코 흘려버릴 수 없는 시점이다.
 
이종용 증권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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