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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공매도 재개, 배척 말고 활용하자
2021-04-23 06:00:00 2021-04-23 06:00:00
코로나19 사태로 묶여 있던 공매도 재개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3일이면 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매도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기관과 외국인처럼 푸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주 규모를 키우는 수준으로 정비한 것이지만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개인 투자자들 중엔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며 불평등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매도가 단순히 하락에서 이익을 얻는 큰손들의 탐욕의 도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엄연히 법으로 금지돼 있는 무차입 공매도는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고, 이를 어긴 자들에게는 이익의 몇 배를 추징하는 강력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합법적 공매도는 투자자들의 호오와 별개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공평하게 공매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실 이번에 개인들에게 풀린 대주거래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에 한한 것으로 전체 상장주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서 공매도가 필요한 과열현상은 우량주보다 테마주 등의 이름을 달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로 주가가 뛰는 종목을 볼 때마다 ‘이런 종목을 공매도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끓는다. 하지만 이런 작은 종목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공매도가 필요한 또 한 부류는 이제 막 상장하는 새내기 종목들이다. 공모주는 기업가치와는 무관한 ‘상장 효과’를 핑계로 상장 첫날부터 급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평가한 가격과는 한참 거리가 먼 가격을 기록하며 증시에 입성한다. 이같은 강세가 며칠 가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게 다반사여서 손실을 입는 투자자도 발생한다. 오직 상장 범프로 급등하는 새내기 주식에는 공매도를 들이댈 만한데 역시나 이들도 공매도 가능 목록에는 빠져 있다. 
 
이렇게 보면 정작 공매도를 해야 할 대상들은 공매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물론 대형주 중에도 오직 기대감만으로 과도하게 오르는 종목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관련 리포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개인들도 공매도를 무조건 배격할 것은 아니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은 오를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종목을 찾는 것이 수월할 때도 있다. 양쪽 모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싼 건 싸다고 비싼 것은 비싸다고 평가에 그에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선진금융시장이다. 
 
주가 하락에 투자한다고 해서 이것이 우리 증시를 망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공매도는 상장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향방을 좌우하지 못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공매도 모의투자를 해 볼 수 있다고 하니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이와 별개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또 실제로 엄벌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환기해주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없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처벌 강도나 불이익이 약한데 불법의 유혹을 이겨내라고 주문해봤자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 금융시장은 불법에 대한 관용이 이상하리만치 넘쳐흐르는 것 같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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