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은행처럼 자본규제 적용해야…국가보증채무 관리도 절실
석유공사 등 공기업 완전자본잠식 상태
국회 동의 거치면 타당성 검증 절차
산업은행처럼 베일인 채권 발행 도입
입력 : 2021-04-20 16:32:07 수정 : 2021-04-20 16:55:19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공기업 중 한 곳인 한국석유공사는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 빠졌다. 총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원 늘어난 반면, 자산은 17조50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578억원 감소했다. 대외 차입금 의존도도 83%에 달하는 등 이자 비용만 연 4000억원을 넘어섰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해외 자회사 매각을 비롯해 내부 비용절감 등 개선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 부채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등의 사례처럼 공기업 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이 자본규제를 적용받는 것처럼 공기업에도 자본규제를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다수 공기업은 ‘정부가 유사시 결손을 보전할 수 있다’, ‘51% 이상 절대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으로 암묵적이나 강력한 지급보증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KDI의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무디스 기준으로 국내 공기업의 2021년 국제신용등급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독자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3이지만 최종신용등급이 A1으로 11단계 등급차이를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도 독자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1이나 최종신용등급이 Aa2로 11단계 등급차이를 보였다.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다수 공기업은 ‘정부가 유사시 결손을 보전할 수 있다’, ‘51% 이상 절대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으로 암묵적이나 강력한 지급보증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독자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a3이지만, 최종신용등급이 Aa2로 10단계 등급 격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독자신용등급 Ba2·최종신용등급 Aa2), 한국수자원공사(Ba1·Aa2) 등도 8등급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공기업은 은행에 비해 국가가 더욱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만큼,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소한 은행에 비견되는 정도의 자본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 측의 설명이다. 예컨대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총자산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공기업의 중장기적인 재무 안전성을 위해서는 공사채 채무가 국가보증채무에 산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렇게 되면 해당 채권은 국가보증을 받기 전 국회의 동의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타당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은 걸러질 수 있다.
 
또 국가보증채무로 분류되면 보증수수료나 담보 설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와 공기업을 포괄하는 전체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기업의 위험수준을 평가한 후 위험 연동 보증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경우 위험을 낮출수록 보증료가 내려가기 때문에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유인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자-손실부담형(베일인)' 채권을 공기업 부문에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베일인 채권은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처럼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 기관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면 해당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하게 된다. 
 
발행기관의 자본비율이 기준치 이하로 하락할 경우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자본비율이 다시 반등하도록 하는 자동 안정화 기능이 존재한다. 더욱이 채권자들이 손실을 일부 부담하므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의 규율을 회복시키는 효과도 있다. 실제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공기업이 베일인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KDI 측은 “중장기적으로 정부부채가 확대되면 국가의 지급보증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공기업 부채의 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라며 “일부 에너지 공기업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게 한 해외자원개발사업도 막대한 공사채를 발행해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공사채 채무를 국가보증채무에 산입해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자본비율 규제와 더불어 ‘채권자-손실분담형(베일인)’ 공사채를 도입해 공기업 부채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재부는 공사채를 국가보증채무에 산입하자는 KDI의 정책 제언에 대해 "오히려 공기업의 경영건전성 제고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국가보증채무는 국가채무와는 별개로 관리되고 있다"며 "국가보증채무 산입 시 국가가 명시적으로 보증을 하는 것으로 오인돼 오히려 공기업의 경영건전성 제고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다수 공기업은 ‘정부가 유사시 결손을 보전할 수 있다’, ‘51% 이상 절대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으로 암묵적이나 강력한 지급보증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석유공사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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