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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혹시 ‘자가당착’에 빠진 건 아닐까
2021-04-07 00:00:01 2021-04-07 00:00:01
콘텐츠의 역사 왜곡 논란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역사 강사 설민석을 앞세웠던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면 SBS 드라마조선구마사가 기름을 부었다. 한 번 타기 시작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아직 방송 확정도 되지 않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일대기를 다루게 될안응칠 연대기에 대한 예비 시청자들의 사전 검열로까지 불길을 뻗쳤다.
 
콘텐츠가올바른이 아닌왜곡된역사를 그리려 할 때 대중이 직접 나서 이를 검열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제대로 된 과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된다. ‘조선구마사에 대한 분노가 정당하다면 같은 기준으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에 나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중 잣대, 이중 기준이란에 걸리지 않는다. 혹시 이미 걸려버린 건 아닌지, 이젠 스스로를 검열할 시간이다.
 
‘조선구마사’에 대해선 더 할 얘기가 없다.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다뤄졌고 그 결과는 방송 2회 만에 폐지란 희대의 오점으로 막을 내렸다. 아무리 창작 콘텐츠라도 역사 왜곡만은 두고 보지 않겠단 대중의 의지가 투입된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 수많은 콘텐츠의 역사 왜곡은 좌시하고 용인했던 모순을 짚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조선구마사조기 종영 사건은 앞으로 창작활동 위축 등 한국 사회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구마사에 들이댄 잣대를 사용하면 국내에서 살아남을 역사 드라마는 없다고 단언했다. 기존 역사에 판타지적 설정을 대입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는 차고 넘쳤다.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와 함께하는 SF장르 속 캐릭터가 돼 버렸다. ‘바람의 화원’ 속 혜원 신윤복은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그려졌다. 영화천군의 이순신 장군은 무능한 실패자였을지 모른단 추측에서부터 시작했다. 드라마대장금이나선덕여왕에도 오류는 넘쳐 흘렀다. 하지만 대중은 조용했다. 오히려 열광했다. ‘대장금 K-콘텐츠의 원조로 불리며 지금도 해외에서 인기다.
 
그래서 생각해 볼그것이 이쯤에서 고개를 든다. 혹시 우리가왜곡의 결과가이면 정당하다자가당착에 빠진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역사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는 구분돼야 마땅하다. 역사물과 창작물을 분리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창작이다는 확고한 메시지가 수신자와 발신자 모두에게 명확히 전달되면 된다. 물론 창작이란 탈을 쓰고 동북공정과 같은 특정한 기조에 힘을 더하려는 움직임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개인의 영웅화가 극대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대중은 오류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서 인식하고 배우고 이어가면 된다. 그 역사를 흥미와 재미로 포장한 드라마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포장의 재료가 예쁘면 내용이 불량이라도정품’, 포장이 불량이지만 내용이 정품이라도불량이란 시선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예의는 아니다. 그 정도의 인식은 우리가 가리고 또 구분할 식견과 견문은 충분하지 않은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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