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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는 용기
디즈니 최초 ‘동남아’ 배경, 서양 문화권과 다른 동양의 ‘용’ 해석
음악동력 ‘뮤지컬 요소’ 강했던 디즈니…’여성+액션’ 스타일 집중
2021-03-07 00:00:01 2021-03-07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두 가지에서 디즈니의 첫 시도다. 하나는 동남아시아 배경.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지역 문화를 이야기 안에 녹여 냈다. 전통적으로 서양권에서 바라보는 용(드래곤)에 대한 해석도 그래서 다르다. 악을 상징하는 서양 문화 드래곤과 달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선 세상 모든 것의 선을 상징하는 신수(神獸). 동양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용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는 스크린으로의 회귀다. ‘코로나19’ 이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자사 OTT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극장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할 수 밖에 없던 고육지책이다. OTT가 극장을 대체할 것이란 콘텐츠 시장 미래 예측에서 라야의 마지막 드래곤은 이를 부인할 가장 적절한 제시가 될지 모를 일이다.
 
 
 
스토리 배경은 판타지 소설 세계관과 비슷하다. 가상의 고대 국가 쿠만드라’. 드래곤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던 세상. 드래곤을 닮은 쿠만드라땅은 각각 하트(심장), (송곳니), 스파인(척추), 탤런(발톱), 테일(꼬리) 5개 부족 국가 연합체다. 하지만 그건 500년 전. 당시 사악한 악령 드룬쿠만드라를 공격했다. 인간들을 도와 드래곤들이 합심해 이 땅을 지켰다. 그리고 드래곤들은 사라졌다. 또한 하나의 거대 국가 쿠만드라 5개 부족 국가로 쪼개졌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주인공 라야는 심장의 나라 공주. 아버지는 왕이자 부족장 벤자. 벤자는 과거처럼 5개 부족 국가가 하나의 공동체 쿠만드라로 다시 회귀할 수 있단 희망을 품는다. 그들이 사는 심장의 나라는 드래곤 마법을 믿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땅. 그리고 그 땅은 드래곤 마법이 담긴 이 보호된 유일한 곳. 나머지 네 부족을 초대해 화합의 기회를 만들길 원했던 벤자. 하지만 송곳니 부족 배신으로 모두가 위기를 맞는다. 드래곤 힘을 담은 이 누르던 어둠의 힘 드론이 다시 부활하고, 심장의 나라는 쑥대밭이 된다. 그리고 송곳니 부족을 포함 나머지 네 부족은 조각 난 을 들고 각자 나라로 도망친다. 라야는 심장의 나라에 남은 조각 그리고 돌로 변하기 전 아버지 벤자가 건넨 칼 여기에 자신의 애완동물 툭툭과 함께 쿠만드라에 남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나선다. 조각난 젬을 복원하고 서로가 반목하고 적대시하게 된 5개 부족을 하나로 묶어 쿠만드라를 완성하기 위해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지극히 교훈적이다. 이 얘기의 첫 번째 교훈은 신뢰. 어린 시절 송곳니 부족 배신을 경험한 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라야 오직 을 찾아 돌로 변한 아버지를 살리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아버지의 오랜 꿈인 쿠만드라복원 따윈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라야는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통해 아버지를 구하고 조각난 5개 부족을 모아 쿠만드라를 재건해야 할 숙명을 점차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힘의 원동력은 마법의 힘을 지닌 시수를 통해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그래서 얘기가 진행되고 흐름이 이어질수록 중심 축을 드래곤에서 라야로 끌어온다. 그 안에서 신뢰의 문제를 거론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신뢰다. 한 번 금이 간 상태이지만 얼마든지 다시 되돌릴 수 있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서로에게 창칼을 겨눈 채 서로가 담을 쌓고 지낸 세월이 무려 500년이다. 그러나 그들도 500년 전에는 하나였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신뢰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단 한 번의 무너짐으로 모든 게 회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시 믿음으로 그것이 곧바로 회복하는 것도 아니다. 신뢰는 쌓이고 쌓이는 과정 속에서 되돌리지 못할 것은 없는 힘을 낸다. 그 모든 게 얘기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고 묵직하게 담겨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디즈니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녹여 낸 색다른 점이다.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 장르의 힘은 음악의 절대성이었다. 강력한 뮤지컬 적 요소였다. 국내에서 1000만 흥행을 일궈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실사영화 알라딘이 그랬다. 그 이전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볼거리 감성을 극대화 시키고 관객의 공감 지수를 끌어 올리는 데 음악적 요소는 사실상 절대적이며 디즈니가 택해 온 고유한 방식이다. 하지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액션이란 장르적 소재로 이를 대체했다. 더욱이 그 중심 축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아직까지 신비한 문화적 소재가 즐비한 동남아시아 고대 서사 바탕 위에 드래곤을 끌어왔다. 그 안에서 다섯 부족 얘기를 더했다. 소재적으로 충분히 흥미롭다. 흥미로움에 감칠맛을 더할 양념으로 액션이 더해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품는 장르적 전형성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단 가능성을 선보인 시도다. 정통 액션 영화와 비교해선 분명히 색깔과 결은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담은 한계성을 넘어서기엔 충분히 높은 스타일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다. 여성 중심 서사는 이미 디즈니가 겨울왕국을 기점으로 끌어 오는 흐름이다. 사람 캐릭터 외에도 드래곤 시수역시 여성으로 묘사된 점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할 결과일 것이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한 쪽으로 치워놓고서라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꽤 의미 있는 작품이라면 단연코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용기일 것이다. 점차 극단적으로만 치우쳐지는 다름과 틀림에 대한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요즘이다. 라야가 내민 손의 의미가 이토록 묵직한 한 방을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면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는 이미 한 발짝 나아갈 용기를 얻은 건지도 모를 일이다. 3 4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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