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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콜’ 전종서, 이 괴물 같은 배우의 탄생기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약한 소녀 어디까지 분노할까 그린것”
“주전자 물 끓듯 서서히 오르는 감정, ‘영숙’ 타당성에 대한 의도”
2020-12-03 00:00:01 2020-12-03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금도 궁금하다. 도대체 이 배우가 어디에 있다가 이렇게 등장한 것인지. 흡사 무협지 속 전설의 고수를 연상케 한다. 어지러운 강호, 혼돈의 시대를 피해 스스로 자신을 은둔시킨 고수. 그리고 고수는 어느 순간 강호에 등장했다. 모든 질서와 혼돈은 일 순간에 정리가 됐다. 절대 고수가 내뿜는 막강한 내공 앞에 강호를 휘젓던 또 다른 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아스라히 쓰러져 나갔다. 영화 그리고 의 주인공 전종서를 보고 있으면 드는 단상이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했다. 전종서의 첫 연기 데뷔작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다. 단 두 편의 영화로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낸 전종서의 마력은 에서 선보인 폭발적인 광기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에서 전종서가 선보인 고요함, 그리고 섬뜩함을 넘어선 이상함이 그의 숨은 내공처럼 다가온다. 단 두 편의 필모그래피를 이제 겨우 갖춘 이 풋내기 여배우가 사실 전설의 숨은 고수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영화의 세상은 어떤 질서를 갖추게 될까.
 
배우 전종서. 사진/넷플릭스
 
은 당초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등 극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물론 그 이전에 은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됐지만 출연 배우 입장에서도 또 이 영화를 볼 예비 관객들 입장에서도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전종서 역시 자신의 두 번째 출연작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선보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당연히 큰 스크린에서 관객 분들이 의 모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넷플릭스란 플랫폼으로 전 세계 관객 분들이 보실 수 있단 점도 배우로선 매력적인 지점이 분명 있다고 봐요. 어제도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관객 분들이 남긴 의 감상평을 재미있게 봤어요. 어떤 분은 핸드폰, 어떤 분은 노트북, 어떤 분은 빔 프로젝트로 봤다 등. 극장과는 또 다른 매력도 분명히 있긴 한 거 같아요.”
 
에서 전종서는 역대급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섬뜩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영숙이란 인물은 별다른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사람이다. 어떤 이유로 감정적인 부분 또는 상대방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막힌 지점이 있는 결코 평범하진 않은 인물이다. 영화를 본 관객 중에 일부는 싸이코패스, 또 일부는 연쇄살인마 등으로 영숙을 규정했다. 정작 그 인물을 연기한 전종서는 그 모든 수식어에 ‘NO’를 외쳤다.
 
배우 전종서. 사진/넷플릭스
 
관객 분들이 그렇게 부르시는 것은 자유에요. 당연히 관객 분들의 권리고. 그걸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전 영숙을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정상은 아니잖아요(웃음). 정말 단순하게는 어린 여자애가 어디까지 폭발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망가질 수 있을까. 그런 것들 것 가감 없이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일부분이지만 상처 받은 동물 또는 학대 받은 동물을 떠올리며 영숙을 만들어 갔어요.”
 
연기한 배우로서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보는 관객 입장에선 한 번도 본 적없는 기괴한 인물이 바로 영숙이다. 우선 영숙은 자신의 입장에서 미래에 있는 서연’(박신혜)을 쥐고 농락하는 인물이다. 쥐락펴락하면서 상황을 이끌어 간다. 어떤 부분에선 납득하기 힘든 광기까지 드러난다. 또 다른 장면에선 한 없이 고요하고 또 동정심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영숙을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모든 배역은 연기를 하려면 배우가 납득을 해야 하잖아요. 영숙 같은 경우는 딱 한 가지, 타당성이 있어야 했어요. 도대체 왜 영숙이 서연에게 저러는지. 그래야 관객 분들도 납득이 되고 접근이 되실 것이고. 그래서 전 서연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영숙이도 아마 서연을 그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그러니 영숙의 행동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게 보이는 거고요. ‘에서 영숙은 그런 구조 안에서 움직여지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배우 전종서. 사진/넷플릭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살인마 영숙’. 그는 강력하고 또 강했다. 우선 육체적으로 남성미를 느끼게 할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또한 감성적으로는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침침했다. 영화 내내 영숙의 힘이 모든 것을 끌고 간다. 그런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연기는 광기를 넘어서 이상한분위기로까지 느껴지게 했다. 영숙이 전종서를 집어 삼킨 것인지, 그 반대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웃음)이상하다고 느끼셨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 영숙의 감정은 주전자의 물이 끓어가는 과정처럼 설계를 했어요. 영숙의 감정 장면을 연기한 날은 촬영 이후 숙소나 집에 가면 온 몸에서 열이 펄펄 끓던 적도 있었어요. 사실 영숙이 되게 강한 인물처럼 보이는 데 배우 입장에선 약한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만들어 갔어요. 신엄마와의 관계, 서연에 대한 집착 등 보다 더 인간적인 부분을 파고 들었어요. 그래서 광기 어린 장면에서도 그 밑바닥은 살짝 만 건드려도 산산조각이 날 유리 같은 면을 깔아뒀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다층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단순하게만 보이는 영숙’. 전종서는 이런 영숙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거듭했다. 영숙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이미지, 그 이미지를 구체화 시킬 영상과 음악. 영숙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레퍼런스를 구축하기 위한 다른 영화 속 캐릭터와 영화들.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섭렵하고 또 머릿속에 집어 넣었단다.
 
배우 전종서. 사진/넷플릭스
 
대부분은 질문해 주신 것과 비슷해요. 단 다른 영화와 캐릭터를 참고한 건 없어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영화와 캐릭터를 참고하진 않았지만 음악과 사진은 정말 많이 들었어요. 출처를 모를 사진과 그림들. 영숙이를 떠올리며 비슷할 것 같은 이미지는 다 봤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공유도 했고요. 빨간색, 새빨간색, 노란색 우비를 입고 빨간색 배낭을 메고 산속을 뛰어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아주 유명한 아티스트인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외모가 제가 생각한 영숙의 외모와 정말 많이 닮았다고 느꼈거든요.”
 
존재할 것 같지도 않고 또 존재할 수도 없는 타임슬립의 세계를 경험한 전종서 역시 신기하고  또 생경한 느낌이었다. 그런 세계를 만들어 낸 감독의 역량과 숨은 내공은 신인 감독답지 않은 숙련된 힘이 강하게 느껴질 정도다. 전종서 역시 맞장구를 쳤다. 비슷한 또래의 감독으로서 현장에서의 모습은 뚝심과 믿음을 함께 줬단다. 다음 작품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손을 잡을 생각이라고.
 
배우 전종서. 사진/넷플릭스
 
시나리오가 잃었는데도 실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감독님이 포인트를 주고 싶어한 장면들이 시나리오에도 명확하게 두드러져 있더라고요. 사실 몇 년 전 감독님의 단편 몸 값을 보고 반했던 기억이 있었죠. 그 충격적인 발상과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감독님과 첫 미팅에서 존경한다고까지 말씀 드렸으니(웃음). 다음에도 인연이 된다면 전 무조건 감독님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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