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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빵과 아파트, 그리고 국민
2020-12-02 06:00:00 2020-12-02 06:00:00
최근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가 국민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방역 수칙과 관련한 것들이다. 호텔방의 전세 전환이라든가, 빌라도 아파트와 똑같다는 발언은 모두 여권 핵심 인사들의 입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야당으로부터 '빵투아네트'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한 데 따른 비판이다. 프랑스 혁명 때 처형된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한 것에 비유한 지적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 한 국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의 입에서 나온 표현치고는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다.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진위를 떠나 굶주림에 고통받는 백성들과 상관없이 본인만 사치를 누리면 된다는 역사적 평판에서 비롯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빗댄 지적은 박근혜 정부 때에도 있었다. 2016년 8월 박 대통령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송로버섯과 캐비어 샐러드, 샥스핀 찜과 같은  최고급 음식을 내놨다.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를 두고 마리 앙뚜아네트에 빗대는 지적이 상당했었다. 사건의 결은 다르지만 불과 수년 사이에 서양의 오랜 왕비 이름이 정치권에서 자꾸만 회자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씁쓸하지만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또 하나 추가될 소재가 생긴 셈이다.
 
또 최재성 정무수석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 최 수석은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학교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참석했다. 본인은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고 했지만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시점에서의 행동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급적 모임과 여행 등을 자제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최 수석의 행동은 어처구니가 없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언행은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인식의 양상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가르쳐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현 정권의 인사들도 갖고 있는 듯 하다. 국민은 폭넓은 소통으로 이해를 구해야 하는 존재이지 일방적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바닥 냉난방이 안돼도 되는 호텔을 개조하면 살만하지 않느냐든가, 빌라도 넓고 쾌적하니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라거나, 아파트가 빵이었으면 많이 만들어 줄텐데 라든가, 나는 고위인사이니 행사에 참석해도 된다는 식은 모두 국민을 발 아래로 보기 때문에 비롯되는 말과 행동이다. 지금과 같은 안이한 자세와 태도로는 절대 성공한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어느 국가든지 정부와 집권여당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다. 정부와 여당은 또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고 민심의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정권의 성공을 이뤄내는 시대는 지났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당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권대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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