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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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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마지막 출근길 “박원순은 더이상 없다”“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

8년8개월 시청서 영결식 시민들 바깥에서 울음바다 경남 창녕 선산에 잠들어

2020-07-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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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8년8개월간 서울시정을 이끌었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든 서울시청을 뒤로 하고 영면에 빠졌다. 서울시는 1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 시장의 영결식을 가졌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온라인으로 열린 영결식은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박 시장의 운구가 서울시청에 도착하자 현장은 금세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유족 등 일부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먼 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 서울시청 바깥에 서있던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시장님”을 외치며 통곡하기도 했다.
 
영결식에선 약 6분 길이의 고인의 활동영상이 상영됐다. 서울대 재학 중 유신시위에 참여해 제적당한 사실부터 1년여만에 검사를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를 선택한 일, 역사문제연구소·참여연대·희망제작소 등 시민단체 활동, 2011년 서울시장 당선 후 무상급식으로 시작해 세월호 진상규명, 촛불혁명등의 업적이 그려졌다. 특히, 영상 마지막엔 고인의 육성으로 “제 답은 시민입니다.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로 끝맺음해 큰 울림을 남겻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에서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다.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 성찰로 시작된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행적으로서의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감과 공부거리를 주고 떠났다. 이미 당신의 죽음 자체가 많은 성찰을 낳고 있다. 당신의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과 언론계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부족한 점이 아직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서울시청 정문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바라보는 모습. 사진/박용준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조사를 맡아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 그와 함께 부동산 대책을 이야기했던 바로 하루 전날이었다.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친절한 원순씨라는 그의 별명처럼 서울시의 수장으로 서울시민들이 친구이자 소탈한 옆집 아저씨와 같은 시장으로 시민들을 위해 열정을 바쳐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 그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 이제 남은 일은 뒷 사람들에게 맡기고 편히 영면하시기 바란다.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시장님 한평생 정말 고생 많았다”고 강조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인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011년 10월 27일부터 3180일 간 박원순 시장께서 올곧게 지켜온 시민의 길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표준이 됐다. 이제 서울은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나라, 선진국이 배워가는 도시가 됐다. 그 여정을 함께한 직원들은 시장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함께 가는 길은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에겐 시대를 앞서간 고인의 철학과 가치가 시대의 이정표로 남아있고 그동안 함께 단련한 시민존중정신이란 근육이 있다. 박원순 시장님의 꿈을 미완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가겠다.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반드시 지키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표준도시‘로의 길을 개척하라. 시장님의 마지막 요청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대표로 박다인씨는 “정말 특별한 조문행렬이었다. 화려한 양복뿐 아니라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끝없는 진심어린 조문을 아버지가 정말로 기뻐하시는 것을 느꼈다. 서울시장 박원순은 더 이상 없다. 그 자리에 시민 여러분들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의 꿈, 한 명 한 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서울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기 바란다. 다시 시민이 시장이다”고 답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장례위원회는 서울추모공원에서 고인을 화장한 후 유골을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 매장할 방침이다. 서울시청 정문과 외벽에는 시민들이 남겨놓은 형형색색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비롯해 광주·전주·제주·울산·창녕 등지에서 자발적인 추모가 이어졌으며, 서울시 온라인 분향소에는 100만명 이상이 헌화했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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