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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오픈뱅킹을 바라보는 은행들의 속내

2019-10-30 09:20

조회수 : 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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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닫혀있던 지급결제망이 오늘부터 시범적으로 열립니다. 오픈뱅킹이란 말처럼 사업자가 은행 공동망을 이용한다면 누구나 계좌주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전엔 펌뱅킹이 사용됐습니다. 펌뱅킹은 기업체의 호스트 컴퓨터와 금융기관의 서버를 전용회선 또는 통신망(VAN)으로 연결해 기업자금관리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각 은행이 일부 사업자에게만 자신의 독점적인 결제망을 열어준다는 말입니다. 
 
간편송금업으로 성장한 토스가 대표적입니다.
 
토스는 은행간 송금서비스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각 은행을 따로 찾아 범뱅킹 계약을 맺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은행에 지급해왔습니다. 여기에만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새로이 진입하는 핀테크사들은 더 낮은 수수료와 토스와 같이 일일이 은행을 찾아 계약을 맺는 불편함이 없어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의 취지처럼 글로벌 경쟁력 및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은행들은 복잡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당장에 평생고객 확보가 더 어려워진 탓이죠.
 
금융당국은 일천만원까지 송금 제한을 걸어둔다고 하지만 예적금이 아닌 이상 누가 수시입출금 통장(월급·급여통장)에 기천만원을 두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미 은행 내부에서는 ‘제2의 계좌이동제’가 시작됐다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핀테크사보다는 곧 서비스에 참가하게 되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들이 다시금 날개를 달게 될 기회라는 게 은행권의 인식입니다.
 
한편으론 이미 2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비대면 시장은 경쟁이 과거부터 진행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대다수의 신규 금융서비스가 해당 연령층에 타겟이 쏠려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확장의 범위, 보안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근래에 어느 정도까지 오픈뱅킹의 영역이 확장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는 A은행이 B은행 고객 계좌정보 전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A은행에 십수억을 맡긴 고객의 자산을 B은행이 확인 후 더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모든 은행과 핀테크사가 한 결제망에 들어오다보니 보안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30분만 금융서비스가 막혀도 적지않은 불편함이 발생하는데 이를 모든 은행을 묶어버렸으니 파급력이 얼마나 커질지 미지수입니다. 또 그 원인을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일장일단이 섞인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에 은행권 내부도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은 인터넷뱅킹처럼 앱 depth(앱 사용 단계별 순서)가 적고 구동이 빠른 서비스로 고객들이 다 몰릴 것”이라며 “어떤 방향에서든 비대면 영업 활성화가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픈뱅킹 시범 운영에 따라 새로이 진입하는 핀테크사들은 더 낮은 수수료와 토스처럼 일일이 은행을 찾아 계약을 맺는 불편함이 없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취지처럼 글로벌 경쟁력 및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은행과 연계한 신규서비스가 시연되고 있다. 사진/SK텔레콤·KT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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